민생법안 필리버스터 철회 않는 한 '한국당 패싱'

정기국회 이전 본회의 한번 열어 우선 처리

이후 사법개혁법·유치원3법·민생법 통과 예정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기한 토론)를 철회하지 않는 한 정기국회 안에 2020년도 예산안을 먼저 통과시킨 후 선거법을 상정하는 '원포인트 본회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원칙 중 하나였던 '한국당과의 합의'를 철회하고 한국당을 뺀 야당들과의 합의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일 여당 핵심관계자는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고 고집한다면 한국당 없이 나머지 야당과 함께 법안을 합의,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판을 완전히 망가뜨리겠다는 한국당식 국회 운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당 핵심관계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과 비쟁점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이후 아무런 조치도 없이 민식이법을 제외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원내대표간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면서 "한국당이 낸 법안마저 반대 토론을 하는 상황까지 만드는 악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진보진영과 함께 국회를 운영하는 방안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발언하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예산안 먼저 처리" = 우선 필리버스터가 적용되지 않는 예산안의 경우는 한국당까지 포함해 합의과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같은 날 공직선거법을 상정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은 이미 국회법에 의해 본회의에 자동부의돼 있다. 여당은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12월 7일까지 심사기한 연장을 요구한 것 등을 고려해 9일 또는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2월 10일에 본회의를 한 번 열어 예산 수정안과 선거법을 상정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예산안 통과이후 선거법에 대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진행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필리버스터는 5분의 3(현재 295명 중 177명)의 의결 없이는 중단시키기 어렵지만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종결된다.

한국당이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거나 그런 의사를 보일 경우엔 곧바로 민생법안만 단독으로 처리하는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는 자연스럽게 정기국회 이후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1+4 패트연대'를 묶어 12월 11일부터 하루 단위로 본회의를 여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루에 한 건씩 처리하는 방식이다. 12월 11일 본회의에 이미 한국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선거법이 상정돼 표결처리된후 같은 본회의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올리가면 한국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12일에는 공수처법을 상정해 통과시킨 후 검경수사권 분리를 위한 검찰청법을 올리는 방식이다. 형사소송법, 유치원 3법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6일, 민주당 전략 나와 = 여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전략'을 광범위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당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패트연대'에 의한 강공전략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기간내 원포인트 본회의에 이어 정기국회 이후 하루씩 본회의를 연거푸 열기 위한 전략은 오는 6일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회는 4분의 1이상의 의원이 두건 이상을 요구하면 집회일이 빠른 것을 공고하고 집회일이 같을 경우엔 요구서가 먼저 제출된 것을 선정하게 돼 있다. 임시회 개의를 요구할 때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개의날짜만 포함할 수 있다. 임시회 집회일은 3일전에 공고해야 하므로 12월 11일 개의를 요구하려면 7일과 8일이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점을 고려, 6일에는 신청서가 접수돼야 한다.

12월 11일에 본회의가 열리면 그 자리에서 과반의 의결로 기한을 정하는데 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해야만 하루짜리 임시국회를 열 수 있다. 임시국회 의사일정은 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땐 의장이 결정하도록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과반 확보할 수 있을까 = 민주당의 정치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에는 대부분의 야당이 비판적이지만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처리방식에 대한 민주당식 방안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선거법, 공수처법 등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한국당 패싱' 국회운영이 난항을 거듭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인영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라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정치세력이 연합해 국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국회를 볼모잡아 원상회복 길에 나선다면 아직도 한국당에게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충고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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