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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서울의료원장, 간호사 사망 책임 '사퇴'

2일 의료원 혁신방안 발표, 쇄신계기 주목

노조 "권고안 짜깁기, 관계자 처벌 빠져"

등록 : 2019-12-02 11:44:27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이 직원 사망 등 병원 운영 관련 책임을 지고 사임을 표했다. 고 서지윤 간호사가 지난 1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의심되는 사고로 사망한 지 약 11개월, 사고 관련 진상대책위가 꾸려진지 9개월만이다. 연이은 사망 사고, 내부 불신 등 불협화음이 지속돼온 서울의료원이 쇄신 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2일 장유식 서울의료원 혁신위원장이 의료원 혁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민기 의료원장은 이날 혁신위를 통해 사퇴 뜻을 밝혔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의료원 혁신위원회는 2일 김민기 원장이 조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혁신위에 사퇴 의사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혁신안을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혁신위에 본인 뜻을 전했다고 혁신위는 밝혔다.

혁신위는 이날 김 원장 사임과 함께 그간 논의해온 서울의료원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위에 따르면 서울의료원은 전국 최초로 환자안심병원을 시작하고 메르스 사태 당시 발빠른 대처로 공공병원의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 신축 이전 이후 양적·질적 급성장 과정에서 직원들을 미처 챙기지 못했고 그로인해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각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의료원 혁신위는 조직·인사개편, 직원이 행복한 일터 등 다섯가지 혁신안을 권고했다. 고 서지윤 간호사에 대해서는 '순직에 준하는 예우와 직원 심리치유'를 추진할 것을 명시했다. 장기 과제로 지속적인 공공의료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원장 사임 등 전기를 맞았지만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 재임 7년 동안 직원과 병원 측 사이에 쌓인 불신 골이 매우 깊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혁신안 발표와 원장 사임을 놓고도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의료원 2노조에 해당하는 새서울의료원분회는 이날 발표된 혁신안이 진상대책위의 1년여에 걸친 조사 결과로 도출된 권고안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비판하고 있다. 새서울의료원분회 관계자는 "인사·노무팀 개선은 권고안에는 들어있지 않던 것이고 근로시간 단축도 서울시가 2016년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안에 이미 포함돼 있던 것을 짜깁기한 것"이라며 "원장 사임 외 관계자 처벌 내용도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원 사태 수습과 관련, 시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김 원장이 7년간 원장으로 있으면서 독선적 병원 운영, 소통 부족 등 문제를 낳았으며 그로 인해 쌓인 불신이 직원 사망 사고 등을 계기로 폭발하게 된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은 산하기관이나 투자·출연기관도 모두 서울시와 한 몸으로 본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들 기관의 병폐나 문제점 개선에 보다 엄격한 잣대와 때를 놓치지 않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 서지윤 간호사는 지난 1월 4일 직장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서울시에 진상조사를 요청했고 지난 3월 외부위원 10인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위가 꾸려졌다. 대책위는 6개월여에 걸친 조사 활동을 통해 부당전보, 비정규직 차별 등 부당노동행위가 일상화돼 있었고 불합리한 인사이동 등 의사결정 문제가 잦았다고 판정했다. 특히 최근 4년 사이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경영진의 노동환경 개선 및 제도 개선 의지가 전무했다고 발표했다. 직원 설문결과 연차휴가 사용은 평균 연간 2일에 그쳤으며 생리휴가 사용율은 0.01%에 그쳤다. 근무표가 갑자기 변경된 경험(60%), 높은 이직률(19.6%) 등 상사에 의한 병원 내 괴롭힘을 의미하는 '태움'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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