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뼈 이식재 국내 첫 개발 … 인공유방보형물 출시 1년만에 미국기업 눌러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제품은 일단 한국에 없어야 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한스바이오메드(대표 황호찬)는 의료·의약 관련 제품을 개발·제조한다. 주요제품은 미용리프팅실(민트), 피부·뼈 이식재, 인공유방보형물(벨라젤), 흉터치료제(스카클리닉) 등이다.
황호찬 한스바이오메드 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본사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용리프트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경기침체에도 회사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0% 가량이다. 2016년 29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517억원에 이르렀다. 올해는 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기간 직원도 133명에서 206명으로 늘었다.

부채비율은 30%대로 무차입경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만난 황 대표가 꼽는 한스바이오메드의 경쟁력은 '블루오션'이다. 회사의 연구개발 역사는 곧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었다. 주요제품 수출비중은 55%에 달하고, 국내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용 리프트실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식약처에서 안면거상용실로 유일하게 안정성을 입증받은 제품이다. 지난 3년간 국내에서 79%, 수출은 208%로 급성장하고 있다. 리프트실은 피부조직을 당기거나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서 주로 사용한다.

피부·뼈 이식재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수출비중이 51%에 이른다. 뼈이식재는 임플란트 치료 시 치조골 복원에, 피부이식재는 화상 및 피부 손상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게 유방보형물을 생산한다. 아시아·유럽 등 지역별 체형을 고려해 200여종으로 만들고 있다.

2017년 첫 출시 후 1년만에 국내시장 1위에 올랐다. 4년 전만 해도 국내 보형물시장은 미국 엘러간과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멘토가 80%를 장악했었다. 한스바이오메드가 미국 글로벌기업을 누른 셈이다.

황 대표는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앨러간과 멘토가 점유하고 있는 중국시장도 벨라젤 신제품 판매 허가가 예상되는 내년 4분기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에서 또다시 미국 글로벌기업과 맞붙는 것이다.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형외과에서 두루 쓰이는 골지혈제를 비롯해 혈관질환 치료용 색전물질, 신생아 저산소 허혈 뇌손상을 치료할 수 있는 신경줄기세포 치료제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스바이오메드 기술력은 2002년 설립한 인체조직과 실리콘 등을 연구하는 조직공학센터에서 나온다. 회사 직원 중 22%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1호 조직은행(이식 가능한 인체조직을 기증받아 이를 채취·저장·처리·보관·분배하는 기관) 설립, 산업부 세계일류상품(피부이식재·인공유방) 인증, 아시아 최초 미국 조직은행 연합회(AATB) 가입 등은 한스바이오메드의 기술력이 빚은 결과다.

황 대표가 꼽는 회사 성장의 비밀은 '기다림'이다. 황 대표는 연구원들에게 성과를 강요하지 않고 몇년이고 기다린다. 최초 R&D부터 임상실험을 거쳐 최종 승인을 받아 시판되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필요한 바이오업계 특성 때문이다.

1999년 회사 설립한 당시 국내에는 피부이식재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황 대표가 직접 카이스트를 찾아가 공동 연구개발을 제안했다. 관련 법이 없어 정부에 법제정을 요청했다. 정부는 2005년 1월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황 대표가 마음 놓고 연구개발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셈이다.

"기다려주지 않으면 연구가 성공하질 못한다. 특히 2G 세대인 내가 5G 세대인 임직원들에게 지시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을 믿고 기다려주고 격려해주는 것 뿐이다. 나의 일은 거기까지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한 황 대표. 무역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 목표는 매출 1조원이다." 황 대표는 미래를 위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현재 부지의 4배가 넘는 토지를 매입, 연구개발·생산시설을 갖출 준비를 마쳤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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