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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교육의 책무성 문제냐, 사실상 일제고사 줄세우기냐]

기초학력진단 놓고 정면충돌 양상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학력저하 뚜렷 … 서울교육감실 진보단체에 점거당하기도

등록 : 2019-12-02 11:04:30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과 학력저하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가운데 진보성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실(회의공간)이 기초학력과 관련해 올들어 두 번이나 점거를 당해 눈길을 끈다. 교육계에서는 진보단체들이 문제를 지나치게 진영논리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교조 서울지부와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회원들은 지난 9월에 이어 이달 25~26일 다시 교육감 면담을 요청하며 시교육청에 들어온 뒤 퇴청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필고사 중심의 기초학력진단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9월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조 교육감은 "기초학력 부진은 교육의 책무성의 문제"라며 "혁신교육의 공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기초학력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 진단 방심을 놓고 전교조 서울시지부와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26일 교육감실 점거(위)와 교육청 앞 시위 장면. 사진 서울시교육청 총무과 제공


◆"진보교육감인데 의심해 유감" = 시교육청의 방안 마련에는 교육부가 해마다 실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서울지역 중·고교생들의 '기초학력 미달'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혁신학교'로 상징되는 진보교육감과 진보정권이 기초학력 저하의 주범이란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부도 지난 3월 '기초학력보장법'을 제정하고 초1학년부터 고1학년까지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기초학력 진단을 받는 내용을 담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런 기조 속에서 시교육청은 별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방안은 서울의 모든 초3, 중1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한다는 게 핵심이다. 초3은 읽기·쓰기·셈하기 능력을, 중3은 여기에 더해 교과학습능력(국어 영어 수학) 등을 진단받게 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해선 집중교육이 이뤄지고 교사와 상담사 등으로 구성된 지원팀이 학습을 도울 예정이다. 평가에 쓰이는 진단 도구는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시스템 등 6가지 정도 표준화된 검사 도구 가운데 학교가 스스로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학교별로 교사들이 자체 개발한 진단 도구를 이용해도 된다. 평가결과를 시교육청에 결과를 보고할 의무도 없다. 이는 과거 '일제고사'처럼 학교별 수준을 측정해 줄을 세우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조 교육감은 "내가 진보교육감인데 일제고사 실시를 의심한다는 자체가 섭섭하다"면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한글로 된 기본 문장을 이해하고 영어로 단문을 읽을 수 있으며 분수로 계산할 수 있도록 책임 교육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 교육감은 지난 9월 취지와 대책 등을 상세히 밝혔는데도 일제고사로 매도하는 전교조와 또 다시 논의를 반복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초학력 놓고 또 진영대결 = 시교육청 발표가 나자 교육계는 양분됐다. 한국교총은 "학생의 학력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신장하는 것은 공교육의 기본 책무"라며 찬성 입장을 보인 반면 전교조는 "사실상의 일제고사로, 줄세우기와 낙인효과 등 교육적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면소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학력'의 의미를 바꿔야 한다며 평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기초학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시교육청 입장에는 동의하나, 과거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는 방식은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시교육청의 진단검사는 '문제풀이 지필평가'를 기반으로 한다"면서 "교사·학급별 평가가 아닌 표준화된 시험으로 학력평가를 치르게 되면 결국 학생·학부모는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 초·중생 가운데 학습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을 최소 수치로 봤을 때 1만명 정도"라면서 "하지만 시교육청 계획은 최대 지원 가능한 학생이 3000명에 불과한 상태인데 대책없이 제도부터 도입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교총은 "학생들의 학력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며 학습부진을 더 이상 방치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학생들의 학력을 지난 2009년과 2015년 비교할 때 하위수준 비율은 수학 8.1%→15.4%, 과학 6.3%→ 14.4%, 읽기 5.8%→13.6% 로 각각 2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교육청이 기초학력 진단평가 계획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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