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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인터뷰│‘김학의 사건’ 수사팀장 강일구 총경]

“김학의 사건, 검사 처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예”

경찰은 ‘투명인간’ … 검찰과 의견 다르면 할 수 있는 일 없어

검찰에 권력 집중돼 검사에게 피해 입은 사람들은 호소도 못해

동영상 속 인물 음성분석도 해 … 김 전 차관이라는 결론 얻었다

등록 : 2019-12-02 11:09:38

지난 달 22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대해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이라 뒤집힐 가능성도 있지만 우여곡절 끝에 6년 만에 기소된 사건치고는 허탈한 결론이었다.

이날 법원의 판결문에서 눈길을 끈 것은 무죄이유를 밝힌 판결문 본문이 아니라 긴 각주였다. 법원은 각주에서 원주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나온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는 6년 전 처음 관련 수사를 했던 경찰의 결론과 동일하다. 당시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 부분에선 검찰 아닌 경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법원은 또 당시 검찰이 수사에서 석연치 않은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이 비록 공소시효 문제 때문에 무죄를 선고받기는 했지만 당시 경찰 수사 내용을 법원이 인정한 사실을 보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당시 김학의 수사팀장 강일구 총경과 이야기를 나눴다. 강 총경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와 주간지 기고를 통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검사 처벌하기 힘든 나라인지 통렬히 비판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검경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할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강 총경과 인터뷰는 지난 달 28~29일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지난 7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강일구(왼쪽) 총경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 2013년 김학의 수사 때 기소 의견으로 송치를 했는데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분을 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중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든 생각은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는 거였다. 어렵게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가 해드린 게 없는 셈이 됐으니까. 그 다음으로는 고생한 직원들에게 미안했다. 당시 수사팀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해 증거를 모았고 피해자들의 증언도 일관됐기 때문에 우리 판단으로는 충분히 입증 가능한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를 했던 거였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답답해서 일을 계속해야 하나 싶었다. 물론 그 전에 이미 검사 관련 사건을 몇 번 다뤄봤기 때문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검사는 잘못해도 처벌하기 힘든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제대로 느끼게 해 준 사건이었다.

■ 이번 법원 판단을 보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는 당시 경찰 수사팀의 판단과도 같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당시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다. 그냥 판단 차이로 봐야 하나.

동영상 속 인물에 대해 법원도 경찰과 같은 판단을 하지 않았나. 애초에 주관적 판단으로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당시 수사한 바로는 음성 분석도 했는데 녹음된 목소리가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영상 속 인물이 그 분(김 전 차관)이라는 건 그 분을 아는 사람들 입장에선 논란의 여지가 없었던 영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가지고 자꾸 논란이 있으니 법원이 아예 못을 박은 것 같다.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도 김학의 사건처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보냈는데 검찰은 불기소한 사건이다. 경찰 수사내용은 검찰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반면에 검찰의 수사내용은 불기소 결정시 알 수 없지 않나.

경찰 수사는 장난을 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수사내용이)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검찰로 넘어가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뭔가 경찰에서 잘못했다가는 경찰도 처벌되는 일이 생긴다. 반면에 검찰이 불기소처분했을 때에는 불기소결정문이 오픈되기는 하지만 검찰의 수사기록에는 검찰 외에는 거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라 해도 볼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결국 검사가 맞다고 하면 맞고, 틀리다 하면 틀리게 된다. 토 달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불기소 했을 때 재정신청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신청하기도 어렵고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검사가 기소 처분해서 재판으로 넘어가도 접근이 제한적이기는 마찬가지다.
■ 경찰과 검찰의 의견이 다른 경우, 특히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넘겼는데 검찰은 불기소 처분한 경우에 경찰이 문제제기할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나.

재정신청은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고 우리 형사법 체계하에서는 경찰과 검찰의 의견이 다르면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럴 때 경찰은 투명인간 같다. 이런 체계 때문에 일선에서 답답한 경우가 많고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 20년 수사인생에서 한번도 검사를 형사처벌한 적 없다는 기고문이 화제다. 어떤 부분이 검사를 벌 받게 하는 데 걸림돌이었나.

검사의 잘못이나 검사와 친한 사람에 대한 잘못을 아는 사람들이 검사가 무서워서 잘 이야기를 못한다는 게 첫 단계의 걸림돌이다. 그 사람들은 경찰에게 말해봐야 잘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검사와 검사 주변 친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국가에 그 사실을 마음놓고 고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덮이는 검사 범죄도 많을 거다.

그 다음에는 압수수색 영장 문제다. 아마 경찰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영장청구를 바로 할 수 있게만 해줘도 많이 바뀔 거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검사와 검사 주변 사람에 대한 영장은 아예 법원까지 못 간다. 그러면 아무 것도 못 한다. 이렇게 되면 어렵게 이야기한 관련자들이 포기해 버린다. 또 어떤 경우에는 검찰이 사건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 검찰에 많은 권한이 집중돼 있는 현재 형사사법체계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만약 권한이 분산된다면 국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아마 검사들에게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이 국가에게 맘 놓고 고할 수 있게 될 거다. 그리고 전관예우라는 것 있지 않나. 검사에게 모든 권한이 있으니 검사와 연줄 있는 전관에게 줄을 대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 권한이 분산되면 사람들이 검찰에게 줄 대려고 비싼 돈 주고 전관을 찾아갈 필요가 없어진다.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을 수사해 보면 얼른 검찰로 넘기라는 그런 태도를 보인다. 김 전 차관 사건 때 사업가 윤씨도 그런 태도였다. 이건 무슨 이야기냐면 검사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형벌이 무뎌진다는 거다. 이게 법 앞의 불평등 아닌가.

■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본회의에 곧 부의될 텐데,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 등 경찰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논란이 검찰발로 나오고 있다. 우연일까.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뭐라 말하는 건 부적절할 것 같다. 다만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절묘한 일들이 동시에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을 그냥 타이밍이 절묘하다고만 말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의 권력을 분산하는 데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검찰의 영장청구 독점도 그대로이고, 기소편의주의도 그대로여서 대단히 불만족스럽다. 수사지휘라는 말만 없어졌지 그걸 빌미로 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청권 송치요구권 징계요구권 등 없던 것이 잔뜩 생긴 것도 못마땅하다. 그러나 시작이라는 점에서 첫걸음이니까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 물꼬를 트면 그 방향이 맞기 때문에 맞는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

김형선 오승완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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