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총참모장, 트럼프 '무력'언급에 "상응행동" … "최고사령관 매우 불쾌"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협상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간 대치전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 언급에 북한이 '신속한 상응행동'으로 되받는 양상이다. 양측이 거친 '말폭탄'을 주고받던 2017년 대치국면이 연상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질 조짐이다.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은 4일 담화를 내고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시찰하고 백두산을 등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은 부인 리설주 여사. 연합뉴스


북한군 서열 2위이자 남한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군 수뇌부 인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필요시 군사력 사용' 발언에 '무력에는 무력으로'라며 경고장을 내민 것이다.

그는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는 경우 우리가 어떤 행동으로 대답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총참모장은 "나는 미국 대통령이 3일 영국에서 진행된 나토수뇌자회의기간 우리에 대한 재미없는 발언을 하였다는 데 대해 전해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상대로 "그것(군사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란다"면서도 "그럴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지목한 것이다.

그는 특히 "우리 무력의 최고사령관도 이 소식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감정이 상당히 상했다는 이야기다.

박 총참모장은 북미관계가 아직까지는 우발적인 사건 하나로 한순간에 무력충돌로 넘어갈 수 있는 정전상태란 점을 언급한 뒤 "나는 이처럼 위험한 군사적 대치상황 속에서 그나마 조미 사이의 물리적 격돌을 저지시키는 유일한 담보로 되고 있는 것이 조미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번에 미국 대통령이 우리 국가를 염두에 두고 전제부를 달기는 했지만, 무력사용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하여 매우 실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간의 북미협상과 대화가 정상간 친분을 기초로 한 '톱다운' 방식에 의거해 유지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김 위원장이 '매우 불쾌해했다'고 전한 것이 주목된다. '협상의 틀'을 지켜온 정상간 신뢰와 친분이 흔들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 언급이 나온 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우리가 하는 일을 포기하기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에서 나타난 북미간 간극은 여전히 크다.

양측 모두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준수를 서로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의 제시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고 북한은 안전보장의 명분 아래 제재완화·해제를 출발점으로 주장하고 있다. 결국 두차례의 정상회담을 거치고 트럼프-김정은간 '친분'을 서로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불신은 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다.

북한은 연말 전까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와야 협상이 가능하다며 대미 압박에 나서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이슈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은 연말 시한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이런 상황 때문에 북한이 '말'이나 '저강도 무력시위'에만 그치지 않고 좀 더 강도 높은 행동으로 대미압박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군 수뇌부와 두 번째 백두산 등정에 나섰고 이달 하순 중요 정책과 전략을 결정하는 당 전원회의를 소집해 놓은 상태다. 5일자 노동신문은 백두산 등정을 계기로 항일빨치산 정신과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고위 간부들의 기고문을 여러 개 게재해 미국과의 대결국면에 대비한 내부결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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