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소득공제율 40→30% 인하 합의

"정부 무책임 … 한국당 민생외면" 비판

소비자·소상공인 "즉각 재논의해야"

"손님들에게 열심히 권유했는데 얼굴을 못 들겠다. 정부엔 속고 야당엔 버림받은 느낌이다."(광화문 G편의점 사장) "정부 믿고 열심히 썼는데 이제와 말을 바꾸면 어떻게 하나. 국민과 약속을 이리 쉽게 내던져도 되나."(을지로 여행사 근무 L씨)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제로페이 활성화에 급제동이 걸렸다. 정치권이 주요 혜택인 소득공제율을 당초 약속보다 10%나 낮췄기 때문이다. 혜택을 호언장담했던 정부, 정치논리로 민생을 외면한 야당 모두에 비난이 쏟아진다.

박원순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지난 5월 제로페이 거리 홍보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을 40%에서 30%로 낮춘 조세특례제한법을 통과시켰다. 공제율 40%인 정부안 대신 여야 합의로 대체법안을 만들어 처리한 것이다.

카드수수료는 소상공인 수익 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제로페이는 매출 8억원 미만 소상공인들 수수료를 '0원'으로 만드는 직불망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때문에 제로페이 활성화에 앞장섰던 소상공인들은 국회의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당장 반박 성명을 내고 "체크카드·현금과 차이가 없어져 소비자들이 굳이 제로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조세특례제한법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부분 자영업자인 가맹점들도 뿔이 났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5일 논평을 통해 "제로페이 성공을 막아 신용카드사 수수료 수탈을 방조하는 것이 민생이냐"고 비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제로페이가 일반화되면 월 수익 200만원 정도인 편의점에서 매월 약 50만원 카드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소득이 25% 느는 셈이다.

끝까지 공제율 축소를 주장한 자유한국당에 비난이 집중된다. 한국당 의원들은 기존 결제수단과 형평성을 이유로 들었다. 추경호 기재위 한국당 간사는 "이미 구축된 결제시장에 관제로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을 왜곡하지 않으려면 직불카드·현금과 수준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유가 앞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순 시장이 도입하고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권성동 의원)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을 세금으로 인위적으로 이득보게 하는 것은 서울시장을 돕겠다는 것"(심재철 의원) 등 속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여당도 비난에서 비껴갈 수 없다. 주요 민생 사안인데 정치 현안에 밀려 '흥정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김정우 민주당 기재위 간사는 "한국당이 예산과 관련된 다른 모든 법안을 걸고 제로페이 관련 법을 극구 반대, 협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고 경위를 밝혔다.

법안 통과를 확신해온 서울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 지하철, 거리 등에 설치된 온갖 홍보물을 교체해야 한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아직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의원 50명 이상이 모여 법안 개정안을 제출하고 이를 본회의에 직상정하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원장은 "신용카드에 갇힌 결제시장을 다변화·직불화하지 않으면 중국 등과 핀테크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이번 결정이 금융혁신을 후퇴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보완대책 마련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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