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로켓맨' 발언 비난

"또 하면 우리도 맞대응""실언이면 다행" 수위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필요시 군사력 사용' 발언과 '로켓맨' 언급에 최선희(사진)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5일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하루 전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의 담화에 이어 북미 비핵화협상의 총괄 책임자가 나선 것이다.

최 제1부상은 다만, '무력 맞대응'을 경고한 총참모장과 달리 미국의 도발적인 발언이 계속되면 북한 역시 '폭언'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해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사용 발언과 비유 호칭이 즉흥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말한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최 제1부상은 "바로 2년 전 대양 건너 설전이 오가던 때를 연상시키는 표현들을 의도적으로 다시 등장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도전으로 될 것"이라며 "우리는 무력사용과 비유 호칭이 다시 등장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러한 표현들이 다시 등장하여 우리에 대한 미국의 계산된 도발이었다는 것이 재확인될 경우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담화는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면 우리 역시 신속한 상응행동을 하겠다"는 박정천 총참모장의 전날 담화에 이어 나온 것으로 최 제1부상은 "우리 외무성 역시 최대로 예민한 시기 부적절하게 내뱉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감을 자제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가 더욱더 기분 나쁜 것은 공화국의 최고 존엄에 대해 정중성을 잃고 감히 비유법을 망탕 쓴 것"이라며 "이로 하여 미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 인민들의 증오는 격파를 일으키며 더한층 달아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제1부상이 언급한 '최고 존엄에 대한 비유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기자회견에서 "그는 분명히 로켓들을 쏘는 것을 좋아한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약 2년 만에 다시 '로켓맨'이라고 부른 것을 말한다.

로켓맨은 북미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하반기 사용했던 별명으로 김 위원장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 제1부상은 "지금과 같은 위기일발의 시기에 의도적으로 또다시 대결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과 표현을 쓴다면 정말로 '늙다리'의 망녕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여 아직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늙다리'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9월 19일 유엔총회장에서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으로 부르면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경고에 대한 맞대응으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틀 뒤 트럼프 대통령을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최 제1부상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2년 전과 같은 모욕적인 별명을 다시 사용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최근의 긴장 상황이 2017년 식 '말폭탄' 국면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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