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장기화로 이자수익 바닥

지방은행서 메이저 은행으로 확대

일본의 은행들이 거래가 장기간 중지된 휴면계좌에 수수료를 매기는 영업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시행되던 수수료 부과는 메이저 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에도 상륙했다. 마이너스 금리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이 전통적인 예대마진으로 더 이상 경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일본 내 3대 메이저 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이 2020년 10월부터 2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계좌를 대상으로 연 1200엔(1만3000원)의 계좌관리 수수료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은행은 다만 기존 고객의 계좌가 아닌 신규로 개설한 계좌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는 기존 휴면계좌에서 자동으로 납부되고, 이후 계좌에 잔고가 없어지면 자동으로 해지가 된다. 미쓰비시UFJ은행의 개인 계좌는 4000만개 정도로 이 가운데 최근 2년간 거래가 없는 계좌는 800만개 정도로 추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러한 방침에 대해 "장기간 초저금리로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에 따른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계좌관리 비용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계좌관리비의 유료화 정책은 금융서비스에 대해서 (고객으로부터)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커다란 전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도쿄의 한 은행 본점 게시판의 금융상품 안내 모습. 사진 백만호 기자


일본의 은행들은 2016년부터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대출에 따른 이익이 크게 저하돼 왔다. 여기에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보수와 인력운용에 따른 비용의 증가, 비대면 거래 등 사이버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100여개에 이르는 지방은행은 적자 상태로 빠졌고, 미쓰비시UFJ와 미즈호은행 등 도쿄의 메이저 은행도 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올해 4~9월 반기 실적에 따르면 △미쓰비시UFJ은행은 6% △미쓰이스미토모은행 9% △미즈호은행 20% △리소나은행 37% 등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수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축소하는 등의 경비 절감조치를 취해왔다.

이에 앞서 일부 지방은행은 수년 전부터 휴면계좌에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기후현의 16은행은 2018년4월, 아이치현의 도요타신용금고는 올해 10월부터 휴면계좌에 수수료를 매겼다.

한편 일본은행에 따르면 가계소비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수수료 부담의 비중이 서구 여러나라에 비해서 일본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0.01%로 미국(0.23%)과 영국(1.20%)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은행은 이미 휴면계좌 뿐만 아니라 계좌개설에 따른 수수료 부과 정책을 시행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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