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요직, 박정부 출신 독식

차기 원내대표도 친박으로?

3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도 바꾸고 비박 지도부가 맡아 당에서 '박근혜 색깔'을 빼기 위해 나름 애썼지만 올초부터 다시 친박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돌고돌아 친박당'이 됐다는 자조다. "탄핵에 대한 책임과 쇄신 없이 재집권 할 수 있겠냐"는 자성이 나온다.

인사 나누는 나경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한표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2016년 12월 국회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한 이후 당시 새누리당은 '탄핵정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애를 썼다.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고 두번의 비대위(인명진·김병준)와 비박 홍준표 대표체제를 거쳤다.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고 친박핵심 서청원 의원을 반강제로 내보냈다. 박근혜청와대·정부에서 요직을 지냈거나 박근혜정권으로부터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소위 친박은 숨죽이고 지내야했다.

하지만 올초부터 박근혜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당의 전면에 복귀하는 모습이다. 2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정부 국무총리와 법무장관을 지낸 황교안 대표가 당선됐다.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발탁해 총리와 장관까지 오른 대표적 '박근혜 수혜주'다.

황 대표는 첫 인사로 친박 한선교 사무총장과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이헌승 대표비서실장, 민경욱 대변인을 발탁했다. 한선교 후임으로도 친박 박맹우·박완수 사무총장을 내세웠다.

2일 발표된 당직인선을 통해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된 성동규 중앙대 교수도 서청원 의원과 가깝다. 송언석 전략기획부총장은 박근혜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냈고, 주광덕 전략기획본부장은 박근혜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쳤다. 대여투쟁의 전면에 서 있는 곽상도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은 박근혜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다. 당 핵심부가 박근혜청와대·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거나 박근혜정권으로부터 공천을 받은 인사들로 채워진 것이다.

9일 선출되는 원내대표에도 친박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박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지냈고 2016년 총선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욕설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탈당했던 윤상현 의원이 5일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윤 의원은 친박의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힌다. 이미 '탈계파'를 선언했지만 유기준 의원은 박근혜정부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냈다.

홍준표 전 대표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책임이 있는 박근혜정권의 장차관, 청와대 수석, 새누리당 요직에 있던 사람들을 정리하는 쇄신공천이 되어야하는데, 그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은 전무해보인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탄핵에 대한 책임과 쇄신 없이 탄핵 당한 정당이 재집권할 수 있을까? 그것은 무망한 뜬 구름"이라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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