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평화시장 사고로 피해예방 인식 높아져

평화시장 법인에서 자체예산으로 전체 가입

지난 10월 25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4층 옥상 평화시장주식회사 사무실. 이곳으로 상인들이 모였다. 평화시장주식회사 홍보위원회 긴급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평화시장 상가를 관리하는 평화시장주식회사 임원들과 상인연합회 임원 등 14명이 참석했다.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평화시장은 60여년 역사를 가진 국내 최대 의류시장. 사진 평화시장주식회사 제공


이날 회의에서는 평화시장 화재사고 예방과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개별 점포의 화재피해 에 대비하하기 위한 화재공제 가입방안을 마련했다.

평화시장을 운영하는 평화시장주식회사와 상인연합회는 자체 예산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운영하는 점포가 전통시장화재공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평화시장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점포는 총 1128곳이다. 이중 전통시장화제공제에 가입된 곳은 15% 미만이었다.

이날 결정으로 평화시장 점포 1128곳 모두 화제공제에 가입하게 됐다. 평화시장은 시장내 점포가 집단으로 화재공제에 가입한 최초 시장이 됐다.

평화시장 점포의 100% 전통시장화제공제 가입 추진은 제일평화시장 화재사고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9월 22일 제일평화시장 화재가 발생했다. 0시 39분 발생한 화재는 상가건물 3층을 전소시키고 23시간이 지나서야 진화됐다. 제일평화시장은 6층 건물에 총 1094개 점포가 입점해 있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3층은 점포 수만 200곳이 넘었다. 주로 의류 가방 구두 액세서리 모피 등 고가제품을 판매하던 곳이어서 피해가 더 컸다.

평화시장은 제일평화시장에서 도보 9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눈 앞에서 벌어진 화재사고를 목격한 평화시장 상인들은 화재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 혹시 모를 피해 예방책 마련에 고심했다.

노희창 평화시장 총무과장은 "제일평화시장 화재사고 후 같은 시장상인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고, 우리 시장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화재발생 시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시장점포 전체를 화재공제 상품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2016년 대구서문시장 화재 이후 전통시장화제공제 상품을 만들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전통시장화재공제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공제 부담금으로 재원을 조성하고, 정부는 운영 마케팅을 지원하는 보장성 화재공제 사업이다.

화재공제는 건물 구조와 관계없이 전통시장에 입점한 상인들 모두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금액 한도 내 실제 손해액을 전액 보상한다. 순 보험료만 적용된 상품으로 일반 화재보험보다 훨씬 저렴하다.

공제료 영수일로부터 1년, 2년, 3년 중 선택가입을 한 뒤 일시납으로 진행된다. 화재공제 상품 주계약인 재물손해 가입한도는 최대 6000만원으로 건물과 동산이 각각 3000만원이다. 이 외에도 선택가입 특약상품을 통해서는 화재배상, 임차자 배상, 음식물 배상, 화재벌금, 시설 소유 및 관리자 배상 책임을 보상받을 수 있다.

화재발생 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연락하는 것만으로 보상절차가 시작돼 공제금 수령을 위한 절차도 간편하다.

한편 전통시장 소방설비 현황은 불안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방·전기·가스분야 안전등급별 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화재안전점검 결과 화재 시 화재확산을 막는 소방설비 관리가 불량한 E등급 시장은 250곳이었다.

전통시장 내 발화요인이 될 수 있는 가스를 사용하는 업소 중 부적합률이 40%를 초과하는 'E등급' 시장은 537곳이나 됐다.

이런취약한 환경으로 인해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전통시장 화재는 268건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613억원에 달했다. 올해 9월까지 31건 화재로 8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전통시장 점포 61%가 화재보험에 미가입하고 있으며 미가입 사유의 44.4%가 '보험료 부담'이었다. 즉 상인 10명 중 6명은 화재피해를 복구할 안전망이 전혀 없는 셈이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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