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최선 다하겠다" 개혁 '드라이브' 예고

직접수사 축소·감찰 강화 등 개혁 방안 마련 과제

윤석열 총장 측근 수사팀 물갈이 가능성 제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검찰개혁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또 청와대·여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감찰무마·하명수사' 의혹 등을 수사하는 '윤석열호' 검찰 수사팀에 대한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감 말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검찰개혁 시대적 소명" = 추미애 장관 후보자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임으로 내정하자마자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정식 임명되면 곧바로 강도 높은 검찰 개혁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추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선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무행정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은 이런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열망을 함께 풀어가자는 제안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추 후보자는 "20여 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제 사심을 실어보거나 당리당략에 매몰돼 처신해 본 적이 없다"며 "저를 추천하신 분들도 (제가) 사심없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는 법무행정을 해낼 것을 기대하고 추천해주셨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그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별도의 메시지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따로 없더라도 너무나 (대통령의 뜻을) 잘 알고 있다"며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많은 저항에 부딪히고 그 길이 매우 험난하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 자체 개혁에 속도 = 추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상정된 검·경 수사권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주무 부처의 장관으로서 지원하는 한편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 자체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추 후보자는 당 대표 시절 여러 차례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권력기관 가운데 검찰 개혁이 최우선이며 단칼로 쳐내듯이 가감 없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한 바 있어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도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검찰개혁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법무부로부터 검찰개혁 방안을 직접 보고받기로 한 바 있는데, 앞으로 추 후보자를 통해 임기 내 검찰개혁 마무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업이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주어진다.

법무부는 연내에 검찰 직접수사 부서 추가 축소, 수사내용의 법무부 장관 보고 강화 등 조치를 추진하고자 매주 실무회의를 열고 있다. 추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이 부분을 직접 꼼꼼하게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검찰의 반발로 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법무부의 검찰 감찰 강화와 검찰 사무분담 및 배당기준 방안도 마련될 지 주목된다.

◆개혁 최대변수는 검찰의 고강도 수사 = 개혁 드라이브의 최대 변수는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고강도 수사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에 이어 검찰은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 민정수석실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의 비리를 경찰이 수사하게 함으로써 지방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두고 검찰은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 정권을 직접 겨냥해 칼을 빼든 검찰과 청와대로부터 검찰 개혁의 임무를 부여받은 법무부 장관은 당분간 극도의 긴장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수사에 열을 올릴 검찰과 '정치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권의 입장 사이에서 추 후보자가 어떤 식으로 갈등관계를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추 후보자는 윤 총장과의 호흡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면서 "추후에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 조기인사·감찰 가능성 = 이런 사정에 비춰 추 후보자가 장관으로 오면 검찰의 인사권을 조기에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장관이 가진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 검찰의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만큼 수사팀과 지휘라인에 대한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조 전 장관 일가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유재수 전 부시장의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등이 주요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지휘부도 주요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 발동 여부도 관심사다.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여전히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고 별건수사를 하고 있다며 조국 수사팀 등에 대한 감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아직은 검찰 내부의 감찰은 대검찰청이 먼저 담당한다. 지난 10월 취임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최근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앞둔 이른바 '백원우팀' 소속으로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활동했던 검찰수사관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여권에서는 검찰의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윤 총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1차 감찰권을 환수한다면 내드릴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감찰권과 관련해 법무부의 입김이 강해질 수 있다.

한편 법무부는 5일 추미애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준비단장에 이용구(연수원 23기) 법무실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1994년 인천지방법원 판사로 부임하며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용구 단장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거쳐 2017년부터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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