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3천억달러 수준 … 한국 130억달러, 85% 급증

투자 주체·종류 다양화 … ESG 고려는 선택 아닌 필수

올해 전 세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량은 3000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ESG 채권 발행금액은 130억달러로 지난해 발행량(70억달러)보다 85% 급증했다. 투자 주체 및 종류도 다양해져 올해는 정부가 외평채를 ESG로 발행하고 최근에는 금융기관 위주로 ESG 후순위채도 발행되고 있다. ESG를 고려한 채권이 발행시장에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기업 발행 크게 증가 =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ESG 채권 발행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2016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까지 주로 유럽 국가 또는 EIB(유럽투자은행)와 같은 준정부 기관들 위주로 발행했으나 2016년 ECB(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회사채 매입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일반기업들의 발행이 크게 늘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세계 ESG채권 발행액은 3000억달러 수준에 달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특히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에서의 발행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부문에서, 다양한 종류로 발행이 되고 있다. 2013년 수출입은행이 아시아 최초로 그린본드를 발행한 이후 현재까지 금융기관 및 기업들 위주로 ESG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외화 표시 채권이었지만 지난해 산업은행이 원화채를 최초로 발행했다. 또 올해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사도 발행 대열에 합류했고 ESG 후순위채까지 발행됐다. 이처럼 ESG 채권의 발행 주체가 다양화되고 있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범위가 확대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투자자 또한 국부펀드에서 일반 운용사, 국제기구로 확대됐다.

한 연구원은 “ESG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는 그동안 국부펀드 및 글로벌 연기금 위주에서 점차 일반 운용사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운용사들은 ESG 채권 펀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관련 ETF도 하이일드, 유로화 등 다양한 종류로 발행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제결제은행(BIS)가 ‘그린본드펀드’를 조성하여 각 국 중앙은행이 그린본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것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펀드는 BIS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용되며 A등급 이상의 그린본드에 투자할 예정이다

글로벌 ESG 채권의 성과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NH증권에 따르면 ESG채권 인덱스 투자 성과는 5.9%로 일반 채권(6.2%)를 소폭 하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원은 “현재까지는 ESG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두드러지게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수의 변동성은 일반 채권 대비 높았는데 이는 인덱스 내 구성 채권의 규모가 작고 종류가 한정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익률도 양호 = 올해 정부가 발행한 ESG 외평채도 성과가 비슷하게 나왔다. 올해 6월 정부가 그린본드로 발행한 외평채의 경우에도 유사한 만기의 일반 채권과 비교하였을 때 현재까지 성과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한국 달러표시 채권의 경우에는 올해 글로벌 투자 수요가 높았는데, 이 점이 ESG 여부에 따른 성과의 차별을 줄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ESG 채권의 발행 및 수요가 더욱 확대된다면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채권의 약세 상황에서 ESG 채권의 성과는 일반 채권 대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 연구원은 ESG 고려는 하이일드 채권의 잠재 리스크를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인 채권과 대비되는 ESG 채권 투자의 매력은 성과 측면보다는 리스크 측면이 크다. 따라서 ESG를 고려한 채권 투자는 투자등급 채권 보다는 하이일드 채권에서 유효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연구원은 “하이일드 등급의 기업들은 투자등급 기업에 비해 사업적, 운영적 안정성이 낮은 편인데, 경영자가 ESG를 인지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안정성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도 향후 잠재 리스크를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G(거버넌스) 부문에서 신중한 고려가 중요하다. 이는 G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그 기업의 펀더멘털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ESG 하이일드 공모펀드 및 ETF 발행이 늘고 있는 이유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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