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상 수상자 놓고 여성단체 반발

“웹하드 카르텔 공모자에 상이라니”

참여연대가 ‘의인상’ 수상자에 웹하드 카르텔 관련 제보자를 선정했다가 여성단체 반발로 막판에 제외시키는 등 조국 사태 당시 활동가 탈퇴 이어 악재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6일 ‘2019 참여연대 의인상’ 시상식을 열고 13명에게 시상했다. 참여연대 의인상은 국가.공공기관의 권력남용, 기업의 법규위반, 비윤리 행위 등을 세상에 알린 시민들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D씨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및 불법행위 등을 제보한 공으로 수상자 명단에 포함됐지만 시상식 당일 시상이 보류됐다.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사실관계와 수사상황에 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류 이유를 밝혔다.

앞서 웹하드 카르텔 관련 활동을 주도적으로 해왔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6일 성명서를 내고 "웹하드카르텔 공모자는 의인상 수상자가 될 수 없다"며 의인상 수여 계획 취소를 촉구했다. 한사성은 “D씨는 양진호의 오른팔 역할을 수행한 자로 뮤레카의 법무이사이자 핵심 임원이었다”면서 “D씨가 재직한 뮤레카는 필터링 업체로 실제로는 웹하드 업체와 유착관계를 맺어왔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D씨가 웹하드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는 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지만 이보다 한참 앞서 한사성과 다른 공익 제보자가 이미 경찰에 웹하드카르텔의 실상을 고발했던 것을 고려할 때 과연 공로를 인정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웹하드카르텔을 고발한 건 여성들”이라면서 “(D씨는 오히려) 웹하드카르텔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라고 D씨의 수상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6일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김지은씨는 소감문에서 “이 의미 있는 상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용기있게 나서서 진실을 증언해준 사람들이 함께 받는 상이라 생각한다”면서 “수많은 외압과 사회적 편견 앞에서도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상을 받고 다시 힘내어 죽음만이 변화의 계기가 되는 불의의 반복을 막겠다"며 "아직도 어딘가에 웅크리고 앉아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의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인데, 지금 또 다른 폭력에 갇혀있다"며 "악플을 멈춰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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