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표방에 "같이 어려워"

안철수 조만간 메시지 낼 듯

'총선 전 복귀' 불확실해져

미국에 있는 안철수 전 의원이 길을 잃었다. 유승민 의원과 손잡고 만들었던 바른미래당이 깨지면서 유 의원과의 이별이 공식화됐다. 오히려 유승민계 탈당과 함께 이어질 바른미래당의 쇄신 이후 안 전 의원의 역할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전 의원은 성탄절 이전에 메시지를 내겠다고 안철수계에 공지해놓은 상태다. 총선전 복귀 여부를 놓고 안철수계 내부에서도 전망이 분분하다.

9일 안철수계 모 측근은 "안철수 전 의원이 성탄절 전에는 (복귀 여부 등을 담은)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면서 "12월 17일이 예비후보등록 시작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안철수측의 가장 큰 고민은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변혁에서 '보수'를 내건 이상 안철수계는 동참하기 어렵다. 안철수계로 분류된 권은희 의원은 개인자격으로 변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계는 전날 변혁 창당준비위원회 참석하지 않았다. 현역 의원뿐만 아니라 지역 원외 위원장조차 행사장 주변에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안 전 의원의 메시지가 아직 안 나왔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지만 '보수'를 표방한 유승민계와 함께 하기 어렵다는 입장표명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변혁신당이 '보수'와 '보수통합'을 사실상 공식적으로 선언, 안철수계와 선을 그었다는 얘기다. 변혁신당은 '공정'과 '정의' 그리고 '개혁적 중도보수'를 표방했다.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자유한국당 변혁신당 등) 일단 정당해산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보수 통합 3원칙을 한국당이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의원뿐만 아니라 안철수계에서는 '중도개혁'을 주장하면서 '보수'라는 단어를 빼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요구해왔고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유승민 의원의 '보수통합 3원칙'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문제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승민계가 '보수'와 '보수통합'을 신당의 정체성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사실상 안철수계와의 이별을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다. 하 위원장이 "안 전 의원이 합류할 것으로 본다. 12월 중에는 입장을 정리하실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일종의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다는 얘기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측에서도 안 전 의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 않다. 안 전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후선 퇴진'을 내걸고 '그 이후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그러나 손 대표는 강고하게 '친손 체제'를 구축했고 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유승민계의 이탈을 사실상 유도했다.

손 대표측 관계자는 "유승민계가 늦어도 다음주중 탈당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새롭게 쇄신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하면 새로운 인물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른미래당 중심으로 제3지대를 구축하되 당대 당 통합은 없다"면서 "대안신당 등 호남의원들도 개별적으로 입당해야 할 것이며 민주당에서 이탈한 사람들도 개별적으로 들어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당 체제에서 안 전 의원의 역할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손 대표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한 상황에서는 안 전 의원측도 결합할 의지가 없다. 손 대표측 관계자는 "당이 새롭게 구축되면 손 대표는 후선으로 빠지게 되고 안 전 의원도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며 "안 전 의원이 1월에는 복귀해 총선에서 뛰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철수계는 손 대표측에서 손을 내밀어 들어가게 되면 들러리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 당시 손학규 후보를 지원했지만 결국 '팽'당했다는 게 안철수계의 전반적인 기류다.

안 전 의원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어떤 신호도 주지 않고 있다. 내년 출마를 준비하는 원외 위원장뿐만 아니라 현역 비례대표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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