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2개 산하기관 성별임금격차 공개

성평등임금자문단 구성, 차별 개선 계획

서울연구원 46.42%, 서울산업진흥원 37.35%, 서울교통공사 25.50%, 세종문화회관 11.93% …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남녀임금격차가 46.42%에서 -31.57%까지 편차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별 남녀 비율·고용형태 등 차이를 빚는 원인은 다양했지만 비합리적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개선노력이 시급하다는 점은 공통된 과제로 남았다.

서울시가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임금격차를 공개했다. 9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성평등임금공시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 서울시 제공


이같은 결과는 서울시가 성평등임금공시제를 전면 시행함으로써 확인됐다. 시는 22개 투자·출연기관의 기관별 성별임금격차와 직급별·직종별·재직년수별·인건비구성항목별 성별임금격차를 홈페이지에 9일 공시했다. 소속 기관의 남녀 임금 격차를 공개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국내 최초의 성평등 임금공시가 이뤄진 셈이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과 근로시간 같은 노동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성별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한 임금을 지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스위스, 독일 영국 등에서는 이미 유사한 제도가 시행 중이다.

이번에 서울시가 공개한 성별임금격차는 정원 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 임금정보를 분석해 도출됐다. 2018년 만근한 2만2361명이 대상이다.(투자·출연기관 중 서울기술연구원은 2018년 설립돼 대상에서 제외)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00년 조사 이래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공은 물론 민간에서도 시도한 바 없는 성별임금격차 분석을 처음으로 실시, 개선노력을 본격화한다는 것이 이번 공시의 가장 큰 의의"라고 설명했다.

첫 공개인 만큼 기관별 임금격차가 천차만별이었다. 46.42%에서 -31.57%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성별임금격차는 남녀 간 임금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수치다. 격차가 30%라면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 임금은 70만원이라는 의미다. 마이너스는 여성임금이 더 높은 경우를 말한다.

첫 공개인 만큼 편차도 크고 분석도 다양하다. 서울연구원과 서울산업진흥원은 2017~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대거 이뤄졌다. 전환 대상자 중 여성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격차가 커진 경우다. 임금이 낮은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 전환자들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재직기간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남성 재직기간이 여성에 비해 길고 교대근무직을 모두 남성이 맡고 있어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여성 노동자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고 평균 근속기간이 남성이 더 긴 점 등은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나는 근본적·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시 대상 전체 노동자 중 여성비율이 18%에 불과하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7.7년 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와 같이 규모가 크고 오래된 기관일수록 여성 비율이 낮고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도 남성보다 약 60개월 가까이 짧았다.

대부분 기관에서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여성비율이 낮다는 점, 건축·토목·기계 같은 분야는 남성 중심 직종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점도 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1~2급에 여성이 없고 서울주택도시공사는 1~3급의 88%가 남성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황 분석보다 개선 대책이다. 시는 성별임금격차가 여성의 지위가 열악했던 시절의 관행과 인식이 오랜 시간 동안 누적돼 나타난 것으로 보고 차별적 기준 자체를 바꾸기 위한 후속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이 첫번째 과제로 꼽힌다. 여성 채용비율을 높이고 상위직급에 여성 진츨기회를 확대하며 육아휴직으로 인한 고용중단을 없애는 것 등이다.

시는 이번에 나타난 임금 격차 중 합리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차별적 요소를 분석, 개선점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노동전문가인 차별조사관과 노무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성평등임금자문단을 구성, 각 기관을 방문할 계획이며 기관별 자체계획을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진행할 방침이다.

시는 향후 임금공시 대상을 투자·출연기관 비정규직과 시 민간위탁기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민간 부문 참여로 확대돼야 한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이를 위한 성평등임금 실천 가이드라인 마련, 우수 기업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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