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과 2020년이 교대하는 연말연시에 한반도 안보가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칫하면 비핵화 협상과 대화국면이 끝나고,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이 다시 쏘아올려지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대거 투입되는 2017년의 화염과 분노로 되돌아 갈 징후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의 중대시험이 향상된 인공위성이나 ICBM을 곧 시험발사하겠다는 조치로 해석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인 행동을 한다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고 나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 리설주와 함께 백두산 등정│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둘러보는 모습을 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경고는 북한이 지난 7일 평안북도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공표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격 실시한 중대 시험은 미국에게 새로운 인공위성이나 ICBM을 곧 시험발사하겠다는 확고한 조치로 반갑지 않은 성탄절 선물이자 험악한 새해 선물을 안겨줄 전조라고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특히 북한이 성탄절과 새해 초 ICBM 시험발사로 모라토리엄을 깨는 행동을 하게 되면 금지선을 넘어선 것으로 간주돼 미국도 '화염과 분노' 2.0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화염과 분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여름 북한에 보냈던 경고의 메시지로 그때부터 정상 간에도 '로켓맨' "늙다리 깡패' 라는 모욕적인 별명을 섞어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강행,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의 완전한 파괴' 등으로 흡사 선전포고까지 하는 듯한 전쟁위기로 이어진바 있다. 북한의 이번 중대 시험이 성탄절이나 새해 벽두 매우 향상된 인공위성이나 ICBM을 실제로 쏘아올리고 미국의 맞대응을 불러와 제2의 '화염과 분노'를 재현시키지나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김정은, 미 대선 개입 원치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중대 시험 '화성 15형 개량형 또는 고체연료 ICBM 추정' = 북한이 동창리 서해 시험장에서 전격 실시한 '중대 시험'은 화성 15형 개량형이거나 향상된 고체연료 ICBM의 엔진 시험인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과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대체로 북한의 이번 중대 시험은 미국본토 전역으로 사정거리를 늘린 화성 15형 개량형이거나 포착되지 않고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ICBM을 시험발사 할 태세를 보여준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의 본토 전역, 특히 동북부 핵심지역인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시까지 강타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함으로써 미국 전체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최종 전략목료로 삼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여기에 연료주입부터 포착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라도 단시간 안에 쏠 수 있는 고체연료를 이용한 ICBM 개발에 주력해온 것으로 간주돼 왔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북한은 핵탄두와 ICBM 개량에 매진해 북한 스스로 정한 연말시한 안에 미국이 원하는 바를 내놓지 않으면 새롭거나 매우 향상된 ICBM 또는 그 기술을 가장할 수 있는 인공위성을 성탄절이나 새해 벽두에 쏘아 올리겠다는 확고한 예고를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성탄절부터 새해 벽두 어글리한 세 가지 전조 = 북한의 이번 중대 시험은 특히 서너 가지 이유로 미국에게는 어글리한 성탄 및 새해 선물을 예고한 전조로 보인다고 미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첫째 북한의 이번 중대 시험은 새롭거나 매우 향상된 로켓 엔진 시험으로 반갑지 않은 성탄절 선물로서 새로운 미사일을 쏘겠다는 전조로 미 전문가들이 해석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중대시험이 임박했다고 예측했던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중대 시험은 새롭거나 매우 향상된 로켓 엔진시험"이라고 규정했다. 루이스 선임연구원은 특히 "북한은 미국에 보내는 성탄절 깜짝 선물로 이번에 중대 시험한 엔진으로 인공위성이나 ICBM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둘째 이번 중대 시험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해온 모라토리엄을 종료한다는 확고한 조치로 간주되고 있다고 네이든 헌트 분석가가 워싱턴 포스트에 밝혔다.

로켓엔진 시험으로 보이는 이번 중대 시험만으로 모라토리엄이 끝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성탄절이나 연말연시에 실제로 인공위성이나 ICBM을 시험 발사할 태세를 갖춰 모라토리엄 종료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는 예측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에 "이번 중대 시험 자체만으로는 모라토리엄을 깬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다음 조치를 예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셋째 2020년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나 미국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2017년과 같은 '화염과 분노' 국면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우려하고 있다.

베테랑 종군기자이자 한반도 전문 특파원을 지낸 도널드 커크 기자는 "북한의 이번 중대 시험은 미국에게 험악한 성탄절 깜짝 선물을 안겨줄 수 있으며 2020년 새해에는 전쟁위기 국면으로 되돌아갈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경고했다.

◆트럼프 강력 경고, 제2의 화염과 분노 재현되나 = 이제 2020년 새해에 제2의 화염과 분노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본격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다"면서 "그가 적대 적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고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내년) 11월 있을 미국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정한 연말 시한이 다 지나가는 데도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자 최대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보면서도 모든 것을 상실할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김정은 위원장이 2020년 새해에 이른바 새길이라며 미국을 겨냥해 핵탄두를 탑재하고 미 본토 전체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시험발사하는 등의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금지선을 넘을 경우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만드는 군사옵션을 포함한 전방위 압박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는 분석이다.

화염과 분노는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던진 강경 메시지로 그 직후부터 정상간 험한 설전은 물론 무력과시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돈바 있다.

2017년 여름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뉴저지주 베트민스터 골프장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분석과 북한의 전략군 사령관이 중거리 미사일로 미국령 괌을 포위사격하는 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위협하자 화염과 분노를 경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는 등의 대북경고장을 날렸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경고를 일축하고 화성 12형 미사일을 발사해 2700킬로미터나 날아가게 했고 2017년 9월3일에는 6차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9월 하순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심을 갖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유례없이 강경한 대북경고를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국무위 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그가 "자신과 자기 정권을 위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은 사흘 후 북한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깡패' 등으로 부르며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맞받아 쳤다.

2017년 '화염과 분노'에서 시작된 미국과 북한의 비난전이 설전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그리고 유엔총회 연설 등을 거치면서 '선전포고'까지 수위가 올라가 전운을 짙어 지게 했던 한반도 안보위기가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재현될지 모른다는 위기가 몰려오는 것으로 보인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