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행정'의 한계 깬 경남도·서산시 교육 협치

인구 감소·소멸위험지역 확대 적극 대응책 주목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이 97곳(42.5%)에 달했다. 2013년 75곳에서 6년 새 22곳이나 늘어 지방소멸 위기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일자리는 물론, 교육과 문화 의료 교통 등의 인프라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는 탓에 역대 정부마다 추진해온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지방 대학 역시 구조조정의 거센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 서산시와 충남도교육청은 올해 4월부터 서산시 2청사에 서산진로진학상담센터를 열고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을 지원하고 있다. 충남교육청 권종진 교육연구사가 센터를 찾은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서산시 경남도 제공


교육 문제는 그 중에서도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지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안정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인구 이탈을 막을 수 있고, 지역에서 자란 인재들이 다시 지역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선순환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자체의 교육 지원 정책은 무상급식이나 장학기금 조성 외에 유명 사교육에 예산을 들여 입시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아예 사교육 업체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형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이 같은 관행을 탈피,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업 모델을 통해 지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해가려는 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산시-충남교육청 손잡은 거점형 진로진학상담센터 = 서산시와 충남도교육청은 올해 4월부터 서산시 2청사에 서산진로진학상담센터를 열고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을 지원하고 있다. 서산과 당진, 태안 지역 학생·학부모들의 대입과 고입, 진로 상담을 담당한다.

서산시는 공간 마련을 위한 예산 1억 원을, 충남도교육청은 파견교사와 교육연구사 등의 인력 지원을 맡았다. 서산시는 올해 4개 권역에 거점형 진로진학상담센터를 개소하려는 충남도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충남 서부 지역의 센터를 유치했다. 천안과 논산, 내포 지역은 교육청 산하 기관에 센터가 마련됐지만, 지자체가 시설과 운영 예산을 지원한 곳은 서산시가 유일하다.

서산시청 자치행정국 인재육성팀 이현범 주무관은 "맹정호 서산시장의 보편복지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시책 중 하나로 상설 상담이 가능한 센터를 유치했다"며 "센터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 학교의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 학교 밖 청소년까지 언제든 찾아와 진학과 진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학부모들의 호응은 높다. 최근 서산 내 고교에서 농어촌 특별 전형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고2 자녀의 대입 상담을 받았다는 최미향씨는 "대입 정책이 요동쳐 불안감에 서울의 사교육 컨설팅 비용을 알아보니 200만 원을 요구하더라. 지역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닌지 아이들도 부모들도 불안감이 더 커진 상태였다"며 "서산시에 센터가 생겼다는 소식에 전화로 신청해 얼마 전 상담을 받고 왔는데, 교육청과 공교육 전문가들이 학교생활 전반과 진로 계획을 살펴주니 아이가 막연했던 불안감이 사라졌다며 아주 만족해해서 주변 학부모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도내 교육 현안 전반을 거시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상설협치기구 '경남 통합교육추진단' 발족식 모습이다. 서산시·경남도 제공


현재 서산 센터에서 진행되는 상담은 월 평균 100건 가량이다. 교육청의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충남 권역의 모든 상담 수요를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지자체와 협력 시스템으로 보완한 셈이다.

서산 센터를 담당하는 충남도교육청 권종진 교육연구사는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교육 문제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사례다. 교육청 입장에서도 공간 확보와 예산 지원은 큰 힘이 된다"며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확대된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어 앞으로 상담 외에도 고교 교육 기여 대학 지원 사업과도 접목해 학과 체험이나 진로 캠프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기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상설 협치 기구 '경남 통합교육추진단' = 지난 10월 1일 출범한 '경남 통합교육추진단'은 도내 교육 현안 전반을 거시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발족된 상설 협치 기구다. 경상남도와 경남도교육청, 지역 대학의 지속적인 협의 끝에 첫발을 내딛었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이원적 구조로 발생하는 칸막이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적극 추진한 정책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협업 모델로 도청 내에 추진단을 설치, 교육청의 전문직과 일반직 공무원 5명, 경상대 경남대 인제대 등 도내 대학 세 곳에서 각 1명씩 인력을 파견해 대학협력관 형태로 근무 중이다. 현재 주요 업무 영역은 크게 에듀테크 도입 미래학교 구축과 지방정부-대학 협력 체계 강화, 경남형 아이돌봄모델 개발, 공간혁신을 통한 미래학교 모델 구축으로 잡았다.

추진단의 황주연 교육혁신담당 사무관은 "지역 발전에 있어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지만, 기존의 도-교육청 상설협의회는 1년에 1~2번 열리는 데 그쳐 한계가 있었다"며 "아이돌봄 지원 역시 지자체와 교육청의 기준이 다르고, 대학이나 일자리를 찾아 학생과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상황에서 인재 육성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도지사의 교육철학이 녹아든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추진단의 주요 업무로 미래교육 지원과 지방대학 위기 극복을 키워드로 잡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재 학교 공간 혁신은 2022년부터 부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함께 교육계에 새롭게 떠오른 이슈 중 하나다. 추진단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직접 설계에 참여해 학교를 구성하고, 이 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경남형 학교 공간 혁신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총 21개 교에 63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또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학교 공간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도내 100개 교에 학습카페와 홈베이스 구축을 위한 예산으로 교육청과 분담해 3년 간 총 120억 원을 지원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이동 수업의 형태로 운영되는 고교학점제는 공강 시간을 보내고, 어울림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학습카페와 홈베이스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도내 대학과 연계한 공동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듀테크 역시 도내 학교에 협업 수업, 프로젝트 기반 수업, 실감형 콘텐츠 활용 수업 등 미래교육의 발 빠른 도입을 위해 고안됐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구글, 애플, 삼성, LG 등 에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오는 1월 도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 시연회를 열고, 이후 모델학교 선정을 거쳐 교사 연수 등은 교육청에서 이어받는다는 구상이다.

지역경제와도 직결되는 지역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지방정부-지역대학 중심의 플랫폼'을 통해 대응해갈 방침이다. 지역대학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도내 일부 대학이 포함된 상황이기에 도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정부부처의 공모 사업에 도내 대학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추진단이 도와 대학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외에도 지역의 사회적 돌봄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단 내에 아이돌봄 담당을 신설, '경남형 원스톱 돌봄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해 사용자의 편리성을 높일 계획이다.

'아이를 위한 경남은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서산'과 같은 지자체의 캐치프레이즈는 본격적인 인구 감소 시대에 직면한 지역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지만, 이 같은 교육 지원 정책만으로 인구 감소나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황 사무관은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려면 인위적인 분산에 그쳐서는 어렵다. 가족은 그대로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근무지만 이동해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며 "공공기관뿐 아니라 기업, 연구기관, 교통 인프라까지 일정 부분 지역에서 유치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인재할당제가 병행되면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고, 지역에서 거주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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