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점퍼로 현장 누벼

1년 12만㎞ 지구 세바퀴

"경북도는 모든 행정력을 일자리 창출에 맞춰 집중하려고 합니다. 일자리가 있어야 소멸위기의 지역도 살고 행복한 삶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와 관행에서 탈피해 오직 일자리 만들기에 초점을 둔 행정지원체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철우(사진)경북도지사의 취임 일성은 일자리 창출이었다. 취임 후 권위주의식 의전보다는 일과 성과, 실용, 현장을 강조했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체질개선 차원이다.

이 지사는 우선 자신부터 바꿨다. 특별한 자리가 아니고선 운동화에 점퍼차림으로 도내 곳곳의 현장을 발로 뛴다. 도지사 전용차량도 4대에서 1대로 줄이고 최고급 승용차 대신 승합차로 바꿨다. 경북도의 면적은 1만9026㎢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이 지사가 취임 후 1년 만에 승합차로 이동한 거리만 12만3000㎞. 한 달 평균 1만㎞ 이상이다. 지구 세 바퀴를 달린 살인적인 현장행보다.


■올 한해 청년일자리 분야 중 성공적으로 평가될만한 정책이 있나.

경북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공모사업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38개 사업, 국비 294억원을 확보해 3144명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었다. 내년에도 37개 사업, 331억원의 국비 확보로 3300여명의 청년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경북형 청년일자리 사업 중에서는 청년특화지구를 조성하는 '청년행복 뉴딜프로젝트'가 있는데, 올해 4개 시범사업을 선정해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청년 문화·여가·소통 등 청년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졸 청년들의 취업활성화와 지역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학·잡·아 프로젝트'로 학업·취업·주거·결혼 등 생애주기별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의 장점인 농업기반을 활용해 농업에 관심있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청년 유입으로 농촌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월급받는 청년농부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청년들이 경북기업에서 일하며 커뮤니티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도시청년 지역상생 고용사업'과 도시 청년들의 다양한 창업아이디어를 지역에서 사업화하도록 지원하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사업도 호평을 받고 있다. 도시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함으로써 지역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지역보다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웃사촌 시범마을'을 조성 중에 있는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는 국가적 난제다. 경북인구는 지난 해 1만4000여 명이 줄었고 올해는 10월말까지 1만 759명이 감소했다.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지방소멸위기 상위 전국 10곳 중에 6곳이 경북에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일자리를 찾아 청년유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도정의 최우선을 '아이'와 '일자리'에 두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웃사촌 시범마을은 '마을이 살아나야 지역이 살고 나라가 산다'는 신념으로 고안한 사업이다. 지방소멸 위기지역인 의성군 안계면에 이웃사촌 시범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일자리, 주거, 의료와 복지, 문화가 두루 갖추어진 청년마을을 조성해 대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월급받는 청년농부, 농업교육 요람인 스마트팜, 임시주거단지 제공 등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 청년이 들어와 일을 하면서 아이 낳고 키울 수 있는 정착여건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아직 성과는 적지만 지난해 소멸위기지수 1위였던 의성군이 올해 군위군과 지수가 같아지면서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출산통합지원센터와 중간지원기관인 이웃사촌 지원센터는 문을 열었으며 연말에는 반려동물문화센터가 완공된다. 스마트팜 교육을 수료한 청년 농부들과 외지인, 의성군민이 한 팀을 이뤄 창업에 도전하는 시범마을 일자리사업, 서울청년 상생일자리 추진, 경북행복경제센터 입주 등 다양한 창업, 창농사업이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70여명의 청년이주도 예상된다.

■LG화학이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위해 내년부터 5년 동안 5000억원을 투자한다.구미형 일자리 모델을 시작으로 포항형, 경주형 등 '경북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광주형일자리가 나눔형인데 비해 경북형은 기업투자촉진을 통한 고용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지 무상제공, 투자와 고용 규모에 따른 특별지원금, 인프라, 직원주거, 노사민정 화합 등 기업이 원하는 모든 것을 지원해서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경북형일자리 모델의 첫 출범이 구미형 일자리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으로 지역경제 주체들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직간접적으로 1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포항형 일자리는 지난 7월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이차전지 연구개발(R&D)거점인 차세대 배터리파크를 조성해 배터리소재 생산 중소기업과 배터리완성품 생산 대기업간 노사, 원·하청 상생 등 이차전지 전후방산업 협력 모델이다.

김천형 일자리 모델은 자동차 튜닝산업 기반의 중소기업과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을 연계한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다. 영주형 일자리 모델은 베어링 분야 지역 앵커기업의 투자확대화 협력사인 지역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통한 투자촉진형 모델이다.

올해안에 기업친화적 경북형 일자리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다양한 지원 방안과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해 투자유치와 지역 중소기업이 경북에서 성공의 역사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

■지역기업 수요에 맞는 현장맞춤형 인력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기업을 경북으로 유인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북도는 대구시와 함께 기업수요를 반영한 현장맞춤형 혁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자체 최초로 '대경혁신인재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지난해 9월 '혁신인재양성 협업선포식'을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 지역 내 산·학·연 전문가와 별도의 추진단 운영을 통해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4월부터 대경혁신인재양성(HuStar) 프로젝트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미래신산업 분야의 지역 혁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주축이 되는 혁신 대학과정, 지역 대학(대학원)졸업생 및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혁신 아카데미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가 내려주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지자체끼리 협력해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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