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얼마 전 4차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대출규제부터 보유세 현실화,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전방위에 걸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 몇 년간의 가격 급등이 투기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계층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등 한국사회 격차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이는 결국 가계 전체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주택 가계에게 임대료 상승 고통을 가할 것이다. 주택을 1채 소유한 가계는 이익을 누린 것 같겠지만 집 없이 살 수 없으니 신기루에 불과하다. 결국 부동산 가격 급등 승자는 고액 다주택자이다.

부동산 투기 최대 피해자는 ‘청년’

부동산에 돈이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나 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일자리를 만드는 데 투입되어야 할 돈들이 부동산에 쏠림에 따라 생산적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창업을 하려고 해도 높은 임대료가 문제이다. 이러한 부동산 투기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들이다. 좋은 일자리도 없는데 주거비가 너무 높아 청년들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인적자본이 생산되지 않는 것이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배의 바닥에 있지 않다고 해서 무사할 수 있을까? 임대료가 너무 올라 자영업자들이 파산하면서 건물의 공실률이 올라가고 있다. 은퇴를 앞 둔 세대가 은퇴 이후 임대사업을 위해 부동산을 구입하지만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출산율이 줄어드니 나중에 그 집에 거주하면서 임대료를 낼 사람이 없다. 자산을 소유해도 승자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토지가 필수재이면서 희소하다는 것이 투기를 유발하는 하나의 이유겠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도 세금 부담이 크지 않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실제로 실현해도 세금 부담이 크지 않으니 투기를 해서 잃을 것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저금리로 자금조달도 수월해진다면 부동산 투기의 큰 판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올해 종부세가 크게 오른다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지만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의 최근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종부세 납부 대상자 중 60%는 전년 대비 단지 평균 25만원만을 더 내는 것으로 추정됐다. 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아파트들에 대해 작년과 올해 시세 증가액 대비 종부세 증가액을 추정한 결과는 0.8%에 불과했다. 언론에서 종부세 폭탄론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지만 실제로 종부세 부담 증가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도 누구나 알듯이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부동산 보유세는 불로소득 창출을 억제하여 경제를 정상화의 길로 전환하게 하고 자산의 자기증식을 억제하여 자산양극화를 완화할 것이며 불로소득을 완전하게 환수하지 못하는 양도세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부동산 보유가 부담스러워진다면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하는 행태는 줄어들 것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자신이 있을 때에만 소유하려 할 것이다. 결국 보유세가 제대로 역할한다면 시장은 실수요 위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언론의 종부세 폭탄론은 ‘허상’

보유세를 제대로 강화한 후에 가격이 오른다면 그것은 정책의 실패인가? 적어도 지금과 같이 비정상적인 급등은 없을 것이며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뒤에도 가격이 오른다면 그것은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보유세 강화의 목적은 투기를 근절하고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전환하는 데 있지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 그 자체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보유세 강화안이 들어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동산 보유세가 잘 작동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다는 것인데 이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구체적 정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정상화를 바란다면 보유세 정상화가 근본대책임을 인식하고 보유세 수준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적극적 대책을 강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