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인권위 진정

“소꿉놀이는 엄마놀이? 엄연한 성차별”

“분홍색 아이폰을 여성용, 파랑이나 까만색 아이폰을 남성용으로 구분해서 판다면 누가 납득을 하겠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분홍.파랑 물건을 팔지 말라는 게 아니라 여아용, 남아용으로 구분 지어서 파는 것을 그만하라는 겁니다. 아이들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돼서 그런 색깔별 성별구분을 접하고, 소꿉놀이가 아니라 엄마놀이라고 쓰여 있는 제품을 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재화하게 됩니다. 성별에 따라 아동들의 몸가짐이나 직업 등에 대한 상상범위가 달라져요. 이게 아동인권 침해가 아니면 뭐겠어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의 이야기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색깔 등으로 여아용과 남아용 제품을 구분하는 것이 영유아동 인권을 침해한다”면서 “성차별적인 제품의 유통행태를 시정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이들은 특히 “분홍색 제품은 여아용, 파란색 제품은 남아용으로 구분해 표시하는 것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는 2020년 들어 인권위에 접수된 첫 진정이다. 진정인은 정치하는엄마들이지만, 2013년~2016년에 태어난 아동 6명이 피해 당사자로 포함됐다.

정치하는엄마들 실태조사에 따르면 각종 영유아동 대상 제품에서 성차별적인 구분이 눈에 띄었다. 문구류를 생산하는 모나미는 크레파스 케이스 색깔에 따라 분홍색은 여, 파란색은 남, 노란색은 중성이라고 구분했다. 육아용품 브랜드인 더블하트(피죤제품을 유한킴벌리가 공식판매) 홈페이지에선 파랑색 노리개젖꼭지를 남아용으로, 분홍색은 여아용으로 구분해 팔고 있다. 메디안(아모레퍼시픽)은 칫솔과 치약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디자인에 따라 남아용.여아용으로 구분하는가 하면, 완구업체 영실업은 소꿉놀이에 대해 ‘엄마와 아이 역할을 체험하는’ 놀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남궁수진 활동가는 “아이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여자, 남자 규정에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엄연한 인권침해라는 점에서 인권위가 상식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활동가도 “그동안 하나씩 찾아내서 기업들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활동했지만 인권위에서 결정례가 나온다면 사회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하는 엄마들은 '핑크노모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 속 성차별 사례를 모으고 있는 아카이빙 홈페이지에는 캠페인 참여자들이 예리하게 찾아낸 각종 성차별 사례가 업로드돼 있다.

지난해 9월에는 7개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성별에 따라 장난감을 분류하는 행태를 지적해 토이저러스를 제외한 6개 쇼핑몰에서 시정조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들 쇼핑몰들은 가사.육아.돌봄노동을 모사한 소꿉놀이 장난감이나 화장품 등 외모를 가꾸는 장난감을 여아용 장난감으로, 로봇 자동차 총 팽이 등의 장난감은 남아용 장난감으로 분류해 팔고 있었다. 6개 업체는 즉시 시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단체측에 밝혔다. 시정조치를 약속한 트레이더는 기존의 남아완구.여아완구 카테고리를 로봇.작동완구와 인형.역할놀이로 변경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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