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PMI 47.2 … 10년래 최저

중국, 회사채 부도 역대 최고 수준

올해 들어 미국 및 세계 증시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문 서명과 중국 정책당국의 경기부양책 발표에 사상최고치를 재경신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상승 마감했다. 이란이 아직 가시적인 보복을 감행하지 않은 만큼 무력 충돌이 실제로 발생할지지켜보자는 관망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 경제지표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주가는 실물 경기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경기둔화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디폴트 압박에 직면해 있다.


◆미국 127개월 경기확장세 … 조만간 수축국면 예상 =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7.2로 전월 48.1 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6월의 4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제조업 PMI는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50 이하, 즉 위축 국면에 머물고 있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토대로 발표되는 경기동향 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블룸버그 전망에 따르면, 내년 미국 성장률은 1.8%로 올해(2.3%)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성장률은 미 의회가 추정한 잠재성장률 2%를 밑돌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 영향이 누적됨에 따라 제조업 경기 및 투자부진, 재정확대 정책 효과 미진 등 경기둔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경기 저점으로 이달까지 127개월 확장 국면을 이어왔다. 미국 경기순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주가 급등에 증권가에서는 낙관론이 여전하지만 학계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조만간 수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 주가는 경기를 지속해서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고 주가 하락시 미국 경제를 지탱하던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 폭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전미경제학회(AEA) 2020연차총회에서도 같은 내용이 지적됐다.

'미국 경제: 성장, 침체 또는 새로운 금융위기' 세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자 국제금융 분야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떨어지는 금리, 늘어나는 부채'라는 주제발표를 하며 부채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금융위기가 언제 어떻게 올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종류의 빚을 갖고 있고, 특히 연금부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행동경제학의 대가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장기호황이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되레 평균 성장률은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성장세 하강 지속 = 유로존은 제조업 부진 완화, 고용 개선 영향 등으로 경기흐름이 소폭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미국 무역분쟁 등 하방 리스크는 남아있는 상태다. 일본 또한 수출 및 생산이 부진하고 소비세 인상의 영향으로 민간 소비증가세도 둔화되는 등 경기둔화가 예상된다.

신흥국의 경우 전년대비 양호한 경기 흐름이 예상되지만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변하는 가운데 기업 부채 증가의 취약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등 전반적인 경제 성장세 하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 회사채 부도는 역대 최고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림자금융 규제와 정부의 기업 부도용인 의지가 높기 때문에 국영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 부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올해도 펀더멘털이 열악한 기업들의 부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역내 채권시장 회사채 부도는 35건, 금액 기준으로 1300억 위안가량 발생하면서 역대 최고치인 2018년 1350억 위안 수준에 도달했다.2015년 대비 약 8배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민영기업의 부도율이 4.7%까지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회사채 부도금액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국자위(SASAC)는 "2020년은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해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지분율과 관계없이 부채가 과도하거나 공급과잉 산업에 속한 기업, 혹은 경쟁력이 열위한 기업들은 정부의 적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기업 부도가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디레버리징 기조 완화와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로 이전처럼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가팔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국 부채증가속도 세계 3위 = 한국의 경우 지난해 2분기 말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99.3%로 전 분기 대비 2.1%p 상승하는 등 부채 증가속도가 매우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채의 상승폭은 43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싱가포르와 칠레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소득 대비 민간 부문의 부채 증가 속도는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기업이 빌린 돈은 투자보다는 인건비와 재료비 등 기업 운전자금 위주로 쓰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산업별 대출금 통계를 보면 운전자금 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작년 2분기 4.0%에서 올해 2분기 7.4%로 올랐다. 반대로 설비투자와 관련이 깊은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은 10.3%에서 7.5%로 낮아졌다.

가계부채 증가율도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9%로 지난해 같은 기간(90.3%)에 비해 2.6%p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홍콩(4.3p)과 중국(3.9%p)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에 해당한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규모는 43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여덟번째로 높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경기는 전반적으로 전년대비 기저효과로 인한 반등이 예상되지만 세계 경제의 미약한 회복세 및 보호무역주의, 부채 리스크 등이 상존하는 환경에서 투자부문의 불확실성 등이 내수 경기 회복세를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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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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