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이·태극기, 공천경쟁만 난무

황 “6대 원칙에 새보수당 요구 담겨”

새보수 “개혁 실종에 통합 회의 커져”

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친박)과 새로운보수당(친유), 우리공화당(태극기), 국민통합연대(친이) 등 보수세력 전반이 나섰다.“문재인 폭정을 막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합쳐야 한다”는 명분이다. 분열을 우려하는 보수층을 앞세워 ‘묻지마 통합’을 압박하는 것.

이러다보니 보수통합 논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할 ‘개혁’은 뒷전이고 대신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만 난무하고 있다.

새보수당에서는 “개혁 없는 통합은 무의미하다”는 통합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보수정치권에서는 연일 통합 구호가 쏟아지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3일 최고위에서 “통합이 정의”라며 “이번 혁신통합추진위(혁통위)가 발족하면서 저희도 동의한 보수·중도통합의 6대 원칙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새보수당의 요구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새보수당이 요구한 보수재건 3대 원칙을 혁통위 6대 원칙에서 수용한만큼 더이상 공개 선언은 불필요하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이명박정권 인사들이 주축인 국민통합연대도 혁통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공화당은 혁통위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통합에는 발을 들여놓고 있다. 한국당과 물밑대화를 하고 있다. 새보수당도 일단 혁통위에는 이름을 올려놓았다.

혁통위는 내달 초까지 보수신당을 창당한다는 구상이다. 보수세력이 분열된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면 수도권과 충청권 등 접전지역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하지만 분열 위기만을 앞세운 ‘묻지마 통합’을 강행하다보니 실제 통합 논의는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만 난무하고, 보수개혁 논의는 실종될 위기다.

한국당 주류인 친박은 “보수분열에 책임이 큰 유승민 의원은 퇴진하고, 새보수당 일부에게만 공천주자”는 분위기다. 친박 핵심의원은 “유 의원이 물러서지 않는 한 통합은 없다”며 “경쟁력 없는 새보수당에게 많은 지분을 내줄 수는 없고 현역의원 몇 명만 살리면 된다”고 말했다. 당권과 공천권 모두를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통합연대측도 신당에서 지분을 차지하겠다는 계산이다. 한국당 다른 의원은 “황 대표가 친이가 주축인 국민통합연대를 가볍게 보는 것 같다”며 “새보수당보다 더 많은 지분을 내줄 수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한국당이 자신들에게 비례대표를 몰아주는 대신 자신은 영남에 공천하지 않는 안을 갖고 한국당과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보수당 인사들도 공천에 관심이 크다. 새보수당 의원은 “황 대표는 우리(새보수당)에게 기어들어오라, 그러면 ‘내가 판단해서 공천 주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경선제를 통한 공천을 요구했다.

보수통합 논의가 ‘묻지마 통합’ ‘공천 힘겨루기’로 치닫자 새보수당에서는 ‘통합 회의론’이 커지는 모습이다. 새보수당 지도부의원은 13일 “3대 원칙에 대해 (한국당이) 명확하게 수용하지 않는 바람에 (한국당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당내 (통합) 회의론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한국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통합 논의에 휩쓸려 (새보수당) 창당 동력을 잃으면 안된다는 내부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혁통위는 1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 계획이지만, 새보수당이 불참할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혁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정당 대표와 시민단체 대표가 절반 정도씩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혁통위 관계자는 “회의가 성사되도록 최대한 인내하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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