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 1차 수사종결권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 … 다음은 경찰개혁”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5년 만에 검경의 관계가 수평적 협력관계로 재편된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오랜 숙원을 푼 경찰은 법통과 직후 환영의 뜻을, 검찰은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는 차분한 입장을 밝혔다.
'수사는 경찰'│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입구에 전광판에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문구가 켜져 있다. 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2개다.

형소법 개정안 제195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고 밝혀 검찰과 경찰을 ‘협력관계’로 규정했다.

기존 형소법에 있던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문구는 없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독립적인 수사주체로 인정받아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가진다. 현재는 경찰 수사 초기부터 검사가 사건을 지휘하고 수사를 마치면 모든 기록을 검찰에 넘겨야 했지만, 앞으로는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한다. 그 외의 사건은 자체 종결이 가능하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반려하지 못하도록 영장 반려의 적절성을 가리는 영장심의위원회를 각 고등검찰청에 두는 내용도 담겼다. 영장심의위원회는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제한됐다. 검찰청법 개정안 제4조 1항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을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등 일부로 한정했다.

경찰의 권한이 확대됨에 따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도 법에 포함됐다. 피해자나 고소인 등이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검사가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사건 관계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도 검찰은 경찰이 자체 종결한 사건에 대해 기록이나 관련 증거를 90일 내에 들여다보고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경찰의 수사권 남용이나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경우엔 검사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들이 통과된 후 경찰청은 공식입장문을 내고 “형사소송법 제정 65년 만에 선진 형사사법체계로 진입하는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면서 “경찰이 역할과 사명을 다하라는 뜻임을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개혁 입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다음 순서는 경찰개혁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경찰 총경은 “그동안 검찰개혁 여론이 거세다 보니 경찰의 자잘한 흠집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경찰개혁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과 함께 경찰개혁 관련 법안도 패스트트랙에 올리려고 시도했지만 잘 안 됐던 측면이 있다”면서 “검찰 힘만 빼놓고 경찰개혁을 안 하면 어떡하냐는 반론이 있는데 경찰개혁도 당연히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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