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임명안 재가 … 14일 자정 임기시작

'책임 총리'로 문재인정부 후반기 국정 주도 관측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정세균 국무총리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날 오후에는 정 총리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한다. 이로써 정 총리는 역대 최장수를 기록한 이낙연 총리에 이어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총리가 됐다. 특히 정 총리는 후보자 지명 전 문 대통령에게 '책임총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해나갈지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직후 정 총리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며 "임명장 수여식은 오후에 열린다"고 밝혔다.
임명동의안 가결 후 인사하는 정세균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후 회의장 앞에서 동료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앞서 국회는 13일 정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투표를 실시해 재석 의원 278명 중 찬성 146명, 반대 109명, 기권 1명, 무호 4명으로 가결시켰다. 정 총리의 임기는 14일 0시부터 시작됐다.

정 총리의 우선 과제로는 국민통합과 민생경제가 꼽힌다. 문 대통령이 정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밝힌 이유도 국민통합과 민생경제였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화합으로 국민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께서 변화를 체감하시도록 민생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당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로 갈라진 국론,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또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에서 극단적으로 격화된 여야 대립을 수습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과제다.

마지막 출근하는 이낙연 | 이낙연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국무총리로서는 마지막으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이에 따라 정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정당과 각계각층 대표들을 만나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청문회에서 스웨덴의 목요클럽을 협치 모델로 제시했었다. 목요클럽은 타게 에를란데르 스웨덴 전 총리가 매주 목요일 저녁 노·사·정 대표들과 만나 식사를 같이하며 갈등을 조정하고 의견을 모으는 소통의 장이었다. 스웨덴의 안정과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총리가 스스로 '의회주의자'임을 강조해왔던 만큼 국회와의 협치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협치 내각을 추진할 지도 관심사다. 그는 청문회에서 "21대 총선이 끝난 뒤 제 정당이 참여할 수 있는 협치 내각 구성을 문 대통령께 적극 건의드릴 생각"이라고 했었다.

총선 후 개헌을 다시 추진할 지도 주목된다. 정 총리는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21대 국회가 구성되고 1년이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지명 직후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그만큼 민생경제 분야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정치권 입문 전 쌍용그룹에서 17년간 근무하며 상무이사까지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 때에는 산업부 장관도 역임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의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같은 이력을 바탕으로 규제혁신과 신산업 육성 등 경제활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총리는 청문회에서 "경제를 살리는 힘은 기업으로부터 나온다"며 "과감한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데 사활을 걸겠다"고 했다. 또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미래 신산업이 활짝 꽃피우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정 총리는 후보 지명 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책임 총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과 정무는 물론 인사에서도 권한을 행사하며 책임 있게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가 힘 있는 실세 총리로 문재인정부 후반기 국정을 이끌며 인지도를 높인 뒤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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