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적정 공사비·공사기간 최우선… 동일한 정책개발·환경조성 시급"

우리나라에 비해 경제규모가 4배 가량 큰 일본의 건설분야 산재 사망재해가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숫자를 비교해도 2017년 한국 건설업 사망자 수는 579명인데 반해 일본은 323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종사자 1만명을 기준으로 하는 건설업 사망자 만인율도 해마다 격차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사실은 16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원장 유병권)이 일본의 건설업 안전관리 체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국내 건설업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체계 분석 및 시사점'이란 제목으로 펴낸 연구보고서에 의해 확인됐다.

보고서는 일본 건설현장 안전관리체계를 법과 기준, 관습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 건설현장 사망재해가 적은 5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우선 중층 하도급 구조를 갖는 건설현장 특성으로 인해 원청(특정 원도급 사업자)에게 총괄 안전관리와 모든 원·하도급 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산재가 발생하면 원청에게 형사책임(현장소장과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지시를 내린 자에게 징역 6월 부과), 행정처분(작업정지 등), 민사책임(불법행위 책임, 안전배려 의무위반 시 근로자 배상), 사회적 책임(공공공사 입찰 참가 금지) 등 4중 책임을 묻는다.

일본은 또 건설현장 재해예방활동 촉진을 위해 산재가 발생해도 노동안전위생법에서 정한 사항을 건설사가 충실히 이행한 경우에는 별도 형사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원청 현장소장은 제외). 건설사도 재해 노동자와 민사소송 시 노동안전위생법과 각종 기준을 만족한 재해예방활동만으로는 안전관리가 충분했다고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법·기준에서 의무화되지 않은 교육이행과 안전시설 설치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일본은 오랜 상호협력을 통해 원청의 안전관리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는 주요 하도급사(협력회 소속 전문건설업체)는 다른 하도급사의 안전관리를 적극 지원하고, 감시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를 통해 2중, 3중의 자율 안전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산재은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한다. 산재은폐가 적발되는 경우에는 개인에 대한 처벌에 벌금형이 추가되고 관련된 모든 업체는 지명정지(공공공사 입찰참가 금지) 무기한이 선고된다. 건설사 생명줄과 같은 공공공사 입찰참가 무기한 금지는 산재은폐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원·하도급자간 안전위생경비의 합리적 분담도 강점으로 지목됐다. 일본은 원·하도급자간 안전위생경비의 합리적 분담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건설공사 종사자의 안전 및 건강 확보 추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법은 원청에게 하도급 견적조건으로 재해예방대책 실시자와 이에 따른 안전위생경비(산업안전보건관리비) 부담자를 구분해 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외에 노동자 자질 확보을 위한 노력을 일본 건설업계의 강점으로 꼽았다. 안전관리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더라도 노동자가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안전에 관한 의식이 결여돼 있는 경우는 산업 재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건설업는 해당 현장에 처음 들어온 작업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규입장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위험하거나 유해한 업무에 대해 특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외국인노동자(외국인기능실습생)의 경우 충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특히 현장에서 필요한 일본어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를 수행한 조재용 선임연구원은 "건설 기업은 노동안전위생법 등 각종 법, 기준을 지킨 것으로 작업자 안전 확보를 위한 의무를 다한 것으로 형사 책임은 피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노동자와의 민사 소송에서는 법, 기준을 만족한 활동만으로는 기업의 안전관리가 충분했다고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법 기준에서 정하는 안전 활동은 물론 의무화돼 있지 않은 교육과 안전 장비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적 처벌 및 행정처분을 받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책임이 부여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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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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