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배달의 민족, 요기요, 우버,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다. 밥을 먹거나, 여행을 가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이런 플랫폼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이같은 플랫폼 경제 흐름 속에 ‘노동’ 또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거래된다. 이를 ‘플랫폼 노동’이라 부르는데, 요기요 배달기사, 우버 운전기사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최근 플랫폼 노동 종자사들이 근로자인지 아니면 개인사업자(독립계약자)인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연차휴가 등 근로자로서 마땅히 받을 수 있는 혜택과 보호가 개인사업자에게는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이 근로자인지, 사업자인지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대법원은 계약 형식과 관련없이 실질적으로 근로자로 일했는지 여부로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근로자는 종속적인 지위에서 사용자의 업무 지시를 받아가며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우버 운전기사들은 언제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 스스로 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종 평가시스템·앱 노출 알고리즘 등으로 인해 특정 시간대에 특정 지역에서 일을 하도록 사실상 강요받기도 한다.

운전기사들이 동시에 여러 플랫폼 앱을 통해 손님을 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앱 사용 빈도가 낮아지면 패널티가 부과되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1개 업체와 거래하도록 강제되기도 한다. 근로자인지, 사업자인지 모호해지는 지점이다.

미국에서는 우버를 상대로 한 소송만 하더라도 수십 건에 이른다.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근로자인지 아니면 독립계약자인지에 따라 각종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분쟁이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만들어져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안, 소위 ‘AB-5 법’이 통과됐다. 앱 기반 운전자 및 서비스에 대한 보호법이다. 법안은 근로자와 독립계약자를 구분하는 요건을 제시하고, 사용자가 요건을 모두 입증하지 못하면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추정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ABC 검증요건은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로운지 △해당 사용자 업무의 통상적인 과정 밖에 있는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거래, 일 또는 사업과 관련되어 있는지 여부를 의미한다.

결국 플랫폼 사업체들의 비용부담이 증가하게 됐는데, 우버를 포함한 일부 플랫폼 업체들은 지난해 말 이 AB-5 법안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노동 관련법의 근로자 범위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전통적인 근로자와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이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운전기사들의 경우 우버와 리프트(Lyft)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양쪽으로부터 퇴직금을 받는 것이 타당한지, 앱 사용금지를 해고와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새로운 법적규율 제정될 필요

우리나라에서도 배달기사들의 근로자성 인정을 시작으로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의 법적 지위에 대해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을 합리적으로 보호하면서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이익도 보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