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맞춤형 전관변호사 서비스' 특화대책 필요 … 차성안 판사 "처우개선과 규제 함께해야 실효성"

"어떤 해외사례보다 심각하고 체계화된 전관변호사의 개업·소송대리 활동이 존재하고 그로 인한 사법불신이 고착화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년자리 수임제한으로 대표되는 전관예우 규제는 세계적으로 약한 수준이다. (중략) 실효성 확보에 필요하다면 헌법, 법령, 변호사단체 규정, 법관임용 조건과 개업·소송대리 금지 서약, 연금제한, 법관징계, 변호사 징계 등 무엇이든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사법정책연구원 차성안 연구위원이 16일 공개된 '해외의 전관예우 규제사례와 국내 규제방안 모색'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차 판사는 "규제형 대책들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며 "처우개선형 대책과 규제형 대책의 균형잡힌 실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7년 3월 연세대학교 별관에서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적 비교를 통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 학술대회가 열렸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발표자인 차성안 판사. 사진 장병호 기자


◆"40~50대 법관 조기사직 막아야" = 차 판사는 먼저 정년퇴직 법관이 극소수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전관예우 관련 정책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판사는 "(외국과 달리) 한국의 거의 모든 법관은 현직 법관으로서의 정체성과 동시에 잠재적 전관 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서, 정체성을 전환할 개업시점을 언제로 할지를 언제가는 고민하게 된다"며 "전관예우 논란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면, 최우선 정책목표는 40~50대 법관들의 대량 정기 조기사직을 정년퇴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0~50대 법관들이 조기 사직후 변호사 개업의 가장 큰 동기는 전관 변호사 개업소득과 법관보수와의 막대한 격차"라며 "이를 고려할 때, 규제형 대책이 전관변호사 개업소득을 크게 줄여 조기사직 동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처우개선형 대책은 규제형 대책에 대한 직업의 자유 침해 등 위헌성을 감소시키는 수단으로서도 가치를 가진다"며 "처우개선형 대책과 규제형 대책의 균형잡힌 실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5단계로 단계별 맞춤 대책 필요 = 차 판사는 외국 사례를 연구해 5단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단계 진입 사전봉쇄 :개업제한, 로펌 취업제한 △2단계 수임 단계 : 수임·소송대리 제한, 연고관계 선전금지 △3단계 사건배당 단계 : 기피·회피·연고관계 재배당 제도 △4단계 비정상적 변론 규제 : 그림자 변론·전화변론·관선변호 △5단계 전관 정보제공형 규제 : 수임, 사건처리 정보 공개 등이 그것이다.

차 판사는 1단계와 관련해 "변호사 개업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최고위직 법관부터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고위법관에 대한 로펌 취업제한은 (현재) 100억원 매출기준의 인하, 예외적 취업허가 제도의 엄격한 운용, 3년 기간의 재검토 및 연장,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직급기준의 재검토 등을 통해 더 강화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규제위반 로펌 불이익 크게해야 = 그는 특히 "다수 로펌이 다수의 전관을 정기적으로 영입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맞춤형 전관변호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실에서, 로펌 취업제한을 넘어서 로펌에 특화된 추가적인 전관예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관예우 규제법령을 위반하는 로펌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낮은 과태료나 벌금기준을 상향해 적어도 전관변호사의 위법적 활용으로 인한 이익보다는 금전적 제재로 인한 불이익이 더 크게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로펌소속 전관변호사가 전관예우 규제법령 위반시, 소속 로펌에 대한 영업정지, 양벌규정, 인가취소, 몰수·추징, 과징금 등의 제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안도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직법관과 로펌의 고용교섭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판사는 "영국처럼 법관이 퇴직전 2년간 다룬 사건의 소송대리인이나 당사자와는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캐나다처럼 현직 법관이 재직중 로펌 등과 고용교섭을 전면 금지하고 퇴직후에 비로소 고용교섭을 개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의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임제한기간 늘리고 대상 넓혀야 = 2단계 규제와 관련해 차 판사는 "한국의 1년짜리 수임제한 규정은 가장 전관예우 문제가 심각함에도 외국에 비해 턱없이 기간이 짧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간을 2~6년 범위에서 논의를 통해 대폭 늘리는 것이 필요하고, 최종근무지가 아니라 5~7년 이내 근무했던 모든 법원들을 기준으로 수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전국단위 순환근무로 인한 수임제한 무력화 문제를 피하려면, 전국 법원으로 수임제한·소송대리 제한대상 법원을 전면 확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전국단위 소송대리 제한기간은 3~5년 사이에서 정하는 것이 독일, 영국, 캐나다 등의 사례를 고려할 때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전관 변호사 등이 사건 수임시 법관과의 연고관계를 선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변호사법 제30조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규정과 소속 로펌 등에 대한 양벌규정을 함께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고관계 재배당 제도 활성화 = 3단계 사건배당 단계와 관련해서는 연고관계 재배당 제도 활성화를 주장했다. 차 판사는 "기피·회피 제도가 전관 변호사와 연고관계를 가진 법관의 사건 기피·회피를 위해 사용된 예가 거의 없었던 문제점을 보완해주고 있는 연고관계 재배당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연고관계 재배당 사유인 '같은 재판부' 근무기준을 '같은 법원'근무로 변경 △적용범위를 형사단독 재판부와 민사재판부까지 확대 △고소·고발인이나 검사, 상대방 당사자(민사재판부 확대시)에게 연고관계 재배당 신청권 부여 △연고관계 진술의무를 재판부에 부과 △규범형식을 법령으로 끌어올리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4단계로 차 판사는 "전화변론, 기일외 변론 등 비정상적 변론 규제와 관련한 기존의 민사소송규칙, 형사소송규칙의 규율이나 법관 면담 규율,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 등은 추상성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법관이나 변호사에게 부적절 변론행위를 알게 됐을 경우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법관윤리강령, 변호사윤리장전을 개정해 법관연수나 변호사연수 등을 통해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윤리협, 민간 과반수 필요 = 마지막 5단계로 차 판사는 "변호사법상 공직퇴임 변호사의 수임정보 수집을 통한 전관예우 문제를 감시하기 위해 법조윤리협의회에 제공되는 정보에서 빠진 '수임료'를 포함시키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차 판사는 "법조윤리협의회가 적극적 역할을 위해 법원, 검찰, 변호사단체 등 3원적 구성에서, 법원과 검찰 비중을 과반수 이하로 줄이고 순수 민간인 참여를 과반수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이 주체가 돼 전관변호사의 사건수임, 변론 진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내부에 구축해 법관, 사건당사자, 대중들의 접근가능성을 적절한 범위에서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 판사는 법원과 변호사단체, 국회, 행정부 등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법원이 법률 개정만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며 "대법원규칙, 내규, 예규 개정이나 법관 임용조건, 절차, 법관 인사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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