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 실장
올해 대통령 신년사 화두는 ‘혁신’이었다. 혁신이란 낢은 풍속·조직·제도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혁신은 우리 행정에 일상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 되었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다. 부분적 개선만으로는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쫓아갈 수 없다. 따라서 낡은 제도와 관습을 항상 돌아보고 끊임없이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32년 묵은 시스템, 환경변화로 위기

현재의 지방자치 시스템은 1998년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통해 골격이 만들어졌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 체제를 구성·운영하는 기본법이다. 올해로 32년을 맞는 낡은 지방자치 시스템은 행정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다. 시민의식의 성장과 주민참여 욕구의 증대,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의 불신, 과도한 중앙집중과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 등은 우리에게 새로운 혁신을 요구한다.

행정안전부는 기존의 지방자치 시스템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했다. 주민참여의 확대,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와 책임성 확보, 지방자치단체 행정 효율성 강화가 뼈대다.

주민참여의 확대는 주민을 진정한 지역의 주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목적 규정에 ‘주민참여에 기반을 둔 지방자치’를 지향함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집행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일반적 권리를 명시했다. 주민이 지방의회에 직접 조례를 만들어 제출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의 도입 근거를 신설했으며, 주민이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주민투표·주민소환제의 참여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특히 주민이 투표를 통해 대통령제와 같은 현재 기관구성 형태뿐 아니라 의원내각제나 위원회 같은 형태도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에는 ‘일 잘하는 깨끗한 지방의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도 함께 담았다. 지방의회 역량강화를 위해 정책개발과 예·결산 심사를 전문적으로 도와줄 정책지원 전문인력제도를 도입했으며, 지방의회 활동을 주민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의정활동 내역 등을 주민에게 적극 공개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지방의원 징계 심사 시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심의를 의무화했다.

지역 간 공동의 문제를 자치단체 간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제도를 정비하고, 시·도지사와 지방 4대 협의체가 국정에 참여하기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도입한다.

자치분권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큰 성과를 거뒀다.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해 국가 권한 400개를 지방에 내려주었고, 재정분권을 통해 국세 8조5000억원을 지방이 거둬 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반드시 지방자치를 운영하는 시스템의 혁신과 병행되어야 한다. 내려받은 권한과 돈을 제대로 써야 주민의 삶이 바뀌고 지역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는 ‘확실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개정법 처리할지 관심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은 지난해 11월 상임위에서 법안심사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갔다. 다만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않아 혹시나 이것이 무산되지 않을까 많은 국민과 학자들이 염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렵게 마련한 안이니만큼 법안 통과를 통해 우리의 지방자치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