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석 국민관광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도쿄올림픽 공동입장과 단일팀을 위한 협의, 남북간 철도와 도로연결사업,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노력을 북측에 제안했다. 이어 14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개별관광’ 추진을 계기로 지난해 북미간 협상의 교착상태 이후 멈춰왔던 한반도 평화의 수레바퀴가 다시 굴러갈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북한 관광객 20~30만명 추산

그간 정부는 북미협상이 결실을 거두면 남북협력 기반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란 기대 속에 북미관계 진전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2017년 이전과 같은 한반도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대한민국으로서는 현재의 국면을 타개하고 북미관계 발전을 추동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의 자율공간 확보가 절실해졌고, 이에 남북간 관광과 교류의 전략적 활용도가 매우 높아졌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개별관광이란 1차적으로 우리 국민이 북한 비자를 받고 중국 여행사 등의 상품이나 우리 비영리단체를 이용해 북한을 관광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중-북-중을 거치거나 좀 더 나아가 DMZ를 통과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인데, 이런 형태의 관광은 이른바 ‘벌크캐시’ 즉 대규모 현금을 통한 유입이 아니므로 UN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다.

또한 외래관광객의 남북연계관광 추진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한국·미국인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하며, 2019년 방문객 수는 명확한 통계는 아니나 약 20~30만명 정도로 알려졌다. 중국과 유럽 등 각국 외래객이 북한-DMZ 경유-한국으로 오게 된다면 남과 북이 윈-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켜 분명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사 루트를 이용했던 선례도 있으므로 실무적 경험이 풍부한 한국관광공사 등을 통해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이런 해법은 결코 실현 불가능한 게 아니며, 의지와 전략의 문제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국제제재 유지가 중요하나 그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긴장상황이 지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할 것이다.

남북협력이 북미대화를 추동했던 2018년 초 상황을 복기해 본다면 관광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재차 이끌기 위한 최소한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주체적 노력이 다시 한 번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도 우리 정부의 제안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원산갈마 양덕 삼지연 등 대규모 관광단지를 신규 조성한 가운데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원산지구 개장식은 올해 4월 15일로 예상되는데, 이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 이처럼 관광객 유치는 올해 북한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공산이 큰 만큼 북측의 전향적 자세가 기대된다.

관광의 속성은 ‘평화’, 활용도 높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광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역사 스포츠 자연생태 문화 축제 등 여러 관광자원을 활용해 방문지역 참가대상 루트 교통편 등에 따라 구체적이고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다. 관광의 속성은 ‘평화’다. 2020년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 기운이 퍼져나갈 기회가 다시 다가오고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