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농산물유통센터 방문

연휴기간 현안해법 구상

설 명절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 보인다. 새해 들어 국정지지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우한 폐렴'과 호르무즈 파병,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 등 민심을 자극할 현안들이 쌓이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농협 양재 농산물종합유통센터를 방문해 설을 앞둔 민심을 살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농촌사랑상품권으로 설 성수품을 구매하고 농가 가공제품 생산자와 대화를 나누며 이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연휴 기간 중 공개 현장방문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하며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올해 국정운영 구상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당장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비이러스는 홍콩, 대만에 이어 미국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다. 정부는 이동이 많은 설 연휴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소비 위축 등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지금까지 공항과 항만 검역 중심으로 대응이 이루어졌는데 이제는 지역사회에서도 충분한 대응체계를 갖추도록 챙겨 달라"며 특별 대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22일에도 별도의 보고를 받고 검역 및 예방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도 예민한 문제다. 정부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나가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방식의 파병을 결정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인권·시민단체 등 진보층의 반발이 크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직무에 대한 긍정평가는 1월 2주 47%에서 3주 45%로 2%p 떨어졌다. 부정평가는 43%에서 46%로 올랐다.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와 직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층에선 유재수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조국 전 법무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등 청와대와 친문 핵심 인사들과 관련된 검찰 수사 내용이 흘러나오며 청와대를 힘들게 하고 있다. 각종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계속 이어지는 것 자체가 국정에는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경제지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민생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20일 새해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새해 들어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투자와 내수, 수출 진작을 통해 경제활력을 힘있게 뒷받침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권력기관 개혁입법을 처리해야 하는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은 이번 연휴 기간 중 어떻게 권력기관 개혁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집중할 것"이라며 "아울러 민생경제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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