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면제·유예' 실험 확대, 정부 전 부처에 전담부서 … 공공기관, 시제품 구매시 수의계약 허용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확대를 위해 기존 특례사업과 사업모델이 동일한 경우 심사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등 종합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시도할 때 기존 규제가 있더라도 일정조건 하에서는 규제를 면제·유예시켜주는 혁신의 실험장을 말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열고 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 1년의 성과평가와 관련 부처 간 토론을 거쳐 발전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쉽게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신청·접수단계, 심사단계, 실증단계, 법령정비 단계를 개편하고 시장진출을 위한 지원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4개 분야별(ICT, 산업, 금융, 지역) 전담기관 외에 별도로 민간 접수 기구를 통해 신청기업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대한상의 내에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2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3개월 시범 운용후 결과를 반영해 상설 운영체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상의에서 시작해 지역상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청기업 지원 기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울산과 경기지역에 운용 중인 규제 샌드박스 신청기업 지원(제도안내·상담)을 전국에 구축하기로 했다. 각 시도에 안내·상담창구를 마련하고 지역 내 지방중기청, 지역상의, 유관 공공기관 등과 협업할 예정이다.

◆4차산업 대상기업 확대 =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기업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DNA(Data·Network·AI)와 BIG3(미래차·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 등 유망 신산업, 자동차·조선 등 주력 제조업, 소재·부품 분야에서 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와 산업부, 금융위, 중기부 등 4대 주관부처를 중심으로 Top-Down식 과제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최근 데이터3법이 개정돼 빅데이터를 활용, 이종산업간 협업을 통한 새로운 사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추가 수요를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동일·유사 신청과제에 대해서는 '신속처리 제도'를 도입해 심사기간을 3개월에서 2개월로 줄였지만 앞으로는 1개월 이내로 단축된다. 분과위원회 논의를 생략하고 서면심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사업자가 최소 실증기간(현행 6개월)이 지난 후 부가조건 변경을 요청할 경우, 다시 최소 실증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폐지하고 사업특성에 따라 적기에 변경이 가능하도록 심사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실증단계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기업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를 위해 정부 4개 부처에서 진행됐던 업무가 모든 부처로 확대된다. 모든 부처에 규제 샌드박스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사후관리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특례 제품 중 기술·인증기준이 필요한 제품은 특례기간 만료전 기준을 마련하고 시장 출시 지연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령 정비 단계에서는 혁신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 신속히 법령을 정비해 법령이 개정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진출, 지원제도 강화 = 규제 샌드박스 기업의 성공적인 시장진출을 위해 공공기관들이 먼저 구매에 나선다. 공공기관의 시제품 구매촉진을 통해 초기 수요를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조달 시제품 시범구매 사업제품 선정시 규제 샌드박스 승인제품은 '혁신성 평가'를 면제받고 최종 선정시 수의계약이 허용된다.

자금과 세제지원도 확대된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의 시설 운용 등 초기 사업자금 확보를 위해 전용펀드와 우대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시허가 승인기업에 대해 운전·시설 자금의 최대 95%를 우대보증하고 4년간 3000억원 규모의 핀테크·스타트업 전용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특례 제품·서비스 생산을 위해 '기업활력법'에 따라 사업을 재편하는 기업은 자금·세제 등 패키지 지원을 받게 된다.

특례심의 과정에서 갈등조정이 필요한 경우 주관부처별로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해관계자와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이슈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규제·제도혁신 해커톤'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공무원들이 업무를 우회·회피하기 위해 샌드박스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시행된다. 규제 샌드박스 신청 전에 규제부처가 적극행정을 통해 법령해석으로 즉시 개선조치를 시행하고, 실행이 어려울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신청 전에 규제부처가 즉시 개선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하도록 해 특례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신속하고 완전한 신장진출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필요시 적극행정지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담당 공무원 면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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