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새누리당 '180석' 믿고 '진박공천' 했다 역풍 맞아

청와대 출신 무더기 출마 … 김의겸·문석균 등 출마 논란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4년 전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을 보는 듯 하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당시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공천은 '진박(진실한 친박) 논란'을 일으키면서 뜻밖의 총선 패배를 불렀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초 당시 새누리당은 승리 분위기에 도취돼 있었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한국갤럽, 2016년 1월 12∼14일, 1005명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43%였다. 여당 새누리당 지지도는 40%, 제1야당 민주당은 20%였다. 더욱이 야당은 분열로 치닫고 있었다.
'지역구 세습' 규탄하는 한국당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13일 오후 국회 본청 입구 로텐더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의 지역구 세습논란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새누리당 내에서 "잘만하면 개헌선(200석)도 가능하다" "180석은 충분하다"는 낙관론이 쏟아져 나왔다.

낙관론에 취했던 것일까. 박근혜청와대는 새누리당의 승리를 넘어, 새누리당을 아예 '대통령 친위대'로 만들겠다는 욕심을 냈다. 집권 후반기 뿐 아니라 박 대통령 퇴임 이후까지 노린 계산이었다. '진박 공천'을 감행했다. 박 대통령에 충성할 것이 확실한 친박인사에게 공천을 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누굴 꽂아도 청와대가 공천 주면 당선된다는 자신감이 '진박 공천'을 뒷받침했다.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의원들은 무조건 공천에서 배제했다.

민심은 집권세력의 오만을 좌시하지 않았다. 선거날 판세는 완전히 바뀌었다. "180석은 충분할 것"이라던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데 그쳤다. 민주당(123석)에도 뒤졌다.

4년 뒤인 2020년 1월. 연초 실시된 총선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민주당의 우위를 점치는 결과가 쏟아졌다. 한국갤럽 조사(2020년 1월 14∼16일, 1000명)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45%였다. 민주당 지지도는 39%, 한국당은 22%였다. 4년 전과 양상이 거의 비슷하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이런 기류 때문일까. 문재인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무더기로 출마할 태세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출신 70여명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청와대 출신이 국회로 대거 들어오면 후유증이 심각하다"며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 본연 임무는 뒷전이며 청와대의 방패막,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4년 전 박근혜청와대가 시도했던 '진박 공천'이 지금은 문재인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자진 출마'로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여권인사들의 출사표도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불명예퇴진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전북 군산에서 출마를 할 태세다. 부동산 폭등을 잡겠다던 문재인정권 핵심인사가 뒷전에서 투기 논란을 일으키더니 이번엔 금배지까지 달겠다고 나선 것. 20∼40대 세입자들이 주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2018년 대학생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정계를 떠났던 정봉주 전 의원은 돌연 민주당 금태섭 의원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다.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민주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씨는 아버지 지역구(경기 의정부갑)에 출사표를 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도 민주당 공천이 검토되고 있다. '아빠 찬스' 논란이 예상되지만 민주당은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박근혜청와대 출신 인사는 22일 "청와대는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여당을 '접수'하려하고, 여당은 여론이 비판할 게 뻔한 출마자들을 내 편이라는 이유로 모르쇠한다"며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2016년 새누리당 공천'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원래 권력에 취하면 역사가 주는 교훈을 잊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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