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외부 인재 수혈과 정당간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0명의 인재영입을 마무리지었고 한국당, 정의당의 인재영입도 마무리국면에 들어가 있다.

정당들의 통합 움직임도 활발하다. 원내 10개 정당 중 합당을 시도하지 않는 곳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우리공화당, 민중당 정도다. 자유한국당-새로운미래당-전진당이 합병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도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며 바른미래당은 미래세대로 구성된 군소정당과 힘을 합치기 위해 물밑접촉 중이다.

인재영입과 이합집산을 통해 서로 힘을 합하는 M&A(인수·합병)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수십명의 인재영입 시리즈에 '과연 인재냐' '일회용 쇼 아니냐' 는 혹평이 달라붙었다. 정치지망생들의 노력과 꿈을 짓밟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통합 움직임은 '도로 새누리당' '호남 자민련당' 등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왜 그럴까. M&A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M&A의 목적은 시너지다. 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이종교배를 통해 1과 1을 더해 2이상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필요한 게 부실정리다. 자기 진단을 통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미래비전에 맞지 않는 부분을 미리 털어내 몸집을 줄여놔야 한다. 부실을 꽁꽁 숨겨놓고 사업을 인수하거나 합병을 시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없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기도 한다.

누구든 자기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약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스토리' 중심으로 사람만 끌어온다고 정당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부분을 놓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종건씨나 자유한국당의 박찬주 전 대장 등의 논란이 주는 시사점이다.

공천지분 등 합병비율에만 관심을 두면서 진행하는 현재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3지대의 통합작업 역시 자기 성찰이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탄핵의 과거사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통합하자는 논리는 부실을 그대로 가지고 가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4년전 호남민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국민의당이 공중분해된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으면서 다시 호남의원들끼리 모여 보겠다는 모습 역시 자기성찰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외형만 바꿔서 내놓는 것은 전형적인 '먹튀' 유형에 속한다. 내부 부실을 숨기면서 번지르르한 사업설명(공약)과 향후 전망(비전)으로 투자자(유권자)를 속이려는 의도다. 기업가치가 마치 올라간 양 보여주면서 되팔아 이익(표)만 챙기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선거때만 되면 나오는 원칙없는 M&A로 기업사냥꾼같은 정치인들이 제법 재미를 봐왔던 게 사실이다. 기업사냥꾼은 빼먹을 것을 다 빼먹은 후엔 현금화해 유유히 사라지는 전략을 쓴다. 선량한 투자자(유권자)는 깡통계좌를 보며 주저앉아 한탄을 쏟아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영입한 인재는 한 순간의 이벤트로 활용한 후 외면받고 합병계약서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찢어지곤 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커다란 M&A시장이 섰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M&A가 이어지고 있다. 속고 또 속아온 유권자들은 가치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안목을 넓혀왔다. 이번에도 정당들이 부실을 가리고 유권자를 현혹시킬 수 있을지, '현명해진 유권자'들이 어떻게 솎아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