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R&D 비중 세계 1위

효율성은 OECD 31개국중 28위

정부 R&D정책 20년 전과 비슷


올해 우리나라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24조원이 책정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선 이후 20% 증가한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은 세계 1위, 총액은 세계 5위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기술혁신과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불거진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립 필요성이 R&D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가R&D는 투자대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략적 투자 부재, R&D 성과의 사업화 부족도 해결과제다.

정부 R&D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각종 수치를 통해 여과없이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 결과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 최고기술은 2013년 20개에서 2017년 6개로 크게 뒷걸음질 쳤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고기술보유국(미국) 대비 우리나라 기술수준은 2013년 83.9%에서 2017년 83.8%로 0.1%p 퇴보했다. 같은기간 일본은 94.9%에서 96.0%로, 중국은 71.4%에서 74.9%로 각각 향상됐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쫓아가는 격차(12.2%)보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격하는 속도(8.9%)가 더 빠르다. 미국과 기술격차는 EU 0.7년, 일본 1.9년, 한국과 중국 3.8년이다.

국가 R&D사업 효율성 분석에서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8위로 나타났다. R&D 투자대비 기술수출액은 28위, 연구원 1인당 과학기술논문색인(SCI) 논문수 및 인용도는 33위에 그쳤다.

연간 특허 수는 세계 4위지만 연간 R&D투자 대비 특허건수는 10위다. 현장에서는 정부 R&D정책과 모든 과정이 20년 전과 비슷하거나 퇴보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막대한 R&D 예산을 쏟아 붓고도 열매를 제대로 따내지 못하기 때문에 ‘코리안 R&D 패러독스(역설)’라는 말까지 생겼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코리안 R&D 패러독스 원인은 전략이 없기 때문”이라며 “연구개발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명확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의 역량 극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그런데 정부는 예산배분에 치중하고, 과제발주 단계부터 성과를 짜내려고 한다”며 “연구자는 개인적 관심이나 연구 편리성에 초점을 둔다. 기업과 소통하며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연구를 하는데 소극적이다.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간 R&D관리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전직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시설투자비나 인건비 등을 지나치게 R&D 항목으로 편성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업별로 경쟁국의 정부·민간 R&D 규모를 파악하고, 국가 R&D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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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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