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 "국제조약 필요"

긴급피난 허용 관례 고려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각국이 크루즈선 입항을 거부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이런 조치가 인도적 차원에서 타당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크루즈선의 입항과 관련하여'라는 글을 통해 "전염병이 발생한 크루즈선에서 선장이 피난처를 요구한 경우 각국은 어떻게 해야할까요"라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탐색해 나갔다.

김 교수는 아시아 각국이 크루즈선 입항을 거부하는 것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연안국의 자국민 보호정책과 크루즈선의 항구기항권이 부딪히는 형국이라고 규정했다. 바다에서 위난에 처한 인명이나 재산을 구하기 위해 선장은 연안국 항구에 피항해야 하고, 이런 행위는 인도적 차원에서 오랜 기간 바다에서 관습적으로 인정돼 왔다.

하지만 예외가 생기기 시작했다. 유류오염 사고로 유조선이 피항을 요구하는 경우 연안이나 항구에서 대형오염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연안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침몰 직전의 선박을 연안국이 받아주지 않으면 그 선박은 더 큰 위험에 봉착하게 돼 두가지 가치가 충돌했다.

2002년 스페인 프레스티지(Prestige)호 사고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자 국제해사기구(IMO) 등은 유류오염 사고의 경우 피난처를 제공하는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뤘다.

김 교수는 "나도 회의에 참석했다"며 "연안국의 피난처제공을 의무화하고 입항 후 발생하는 유류오염 손해 등은 기금으로 처리해주자는 내용이 논의됐지만 연안국들이 주저주저했고, IMO에서 가이드라인만 만들어두었다"고 밝혔다.

현재 유류오염 관련 피난처 제공 문제는 각 국가에 일임돼 있다. 각국이 피난처를 제공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염병이 발생한 크루즈선에서 선장이 피난처를 요구하면 각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법적으로도 처음있는 일이라 정답은 아직 없는 것 같다"며 "여러 다양한 내용을 고려하면서 정답을 만들어가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염병 발병 우려 때문에 입항을 요구하는 크루즈선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책임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해상관습법으로 인도적인 차원의 입항과 원조는 인정된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경우,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정부가 입항을 거부해 크루즈선의 여객에게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 연안국에 손해배상이 제기돼 다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연안국은 크루즈선의 입항을 허용해 절차에 따라 전염병을 치료하고 여객을 본국으로 송환시키며 비용처리도 되는 제도를 국제해사기구,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국제조약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선박에서 유래한 전염병 처리를 위한 국제조약을 미리 만들어두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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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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