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 양식

귀어 마을도 관심 확산

지난달 21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스마트양식 - 아쿠아팜 4.0 토론회'에서 조석현(48) 블루오션영어조합법인 대표는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경상남도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양식산업혁신구상 발표 후 현장에서 직접 양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어업인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의 경험에서 나타난 '진취적 도전정신'과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이 강하게 전달됐다. 그는 이미 지상파 TV나 지역언론 등을 통해서도 알려진 유망한 양식사업가다.

조석현 대표가 헬리캠으로 가두리 속 상태를 살피고 있다. 블루오션영어조합법인 제공


◆통영에 귀어한 기계공학도 = 조 대표는 부산대에서 기계공학부를 졸업했다. 서울의 게임개발업체와 인터넷TV를 개발하는 업체를 거쳐 부산의 스마트폰 앱개발회사를 운영하던 그가 귀어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운도 따랐다. 무엇보다 인생의 무대를 바꾸는 그의 용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조 대표는 "부산에서 정년을 마친 아버지가 고향인 통영에 정착하자 주말마다 뵈러 왔는데 그게 귀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부친이 정착한 마을에는 해상가두리에서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이 많았고,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을 갖고 조사하다 발전 가능성도 느꼈다. 그는 "마을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 어려운 현실과 가능성이 보이는 미래 사이에 간격이 있었고, 그 간격을 메꿔주는 역할을 사업기회로 보고 양식업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양식업에 결합하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가졌다.

2015년 통영으로 귀어한 조 대표는 그해 11월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양식어장은 2017년 매입했다. 귀어에서 가장 어려운 어장과 면허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긴 시간 통영을 오가며 마을의 양식어민들과 쌓은 친분 덕이었다. 그는 "양식면허는 지역에서 하던 분에게 인수했다"며 "양식장은 해역 환경에 따라 생산성이 다르니까 면허값은 물값인데, 현장을 모르면 제대로 된 어장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보도 있어야 하고, 원하는 어장을 편하게 넘겨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장관찰, 사료급여에 ICT결합해 성과 = 그는 어장에 나가기 전 육지에서 소형무인헬기(헬리캠)를 조종해1.2km 떨어진 해상 가두리양식장으로 날려 보낸다. 헬리캠은 어장에 도착하면 바닷속으로 잠수해 어장 안 물고기 상태를 촬영한다. 헬리캠 체공시간은 40분, 오가는 시간을 빼면 약 20분 정도 정보를 채집해 전달한다. 그는 조종하면서 화면을 보고 물고기 상태를 확인한다.

정보통신기술은 어장 관측과 사료 자동급여에 활용하고 있다. 조 대표는 어장에 있는 폐쇄회로TV와 가두리마다 설치한 센서들에서 들어오는 영상으로 육지사무실에서도 어장 속 어류 상태를 꼼꼼이 살필 수 있다.

가로 세로 12m씩 한 칸인 가두리에는 수중카메라와 센서 한 세트(8~9개)가 들어있다. 전통적 방식으로 일하는 양식어민들은 아침 일찍 어장에 가도 물속 고기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조 대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어장에 가지 않고도 이를 점검하고 있다.

자동 사료급여기는 가두리 한 칸에 4개씩, 모두 12개가 설치돼 있다. 사무실 컴퓨터로 원격 조정할 수 있다. 그는 "사료를 사람이 손으로 줄 때는 가로 세로 12m인 가두리에 골고루 주기 어렵다"며 "먹이가 떨어지면 그것을 먹으려 많은 물고기가 운집하는데 힘 약한 물고기는 늘 먹지 못 하게 되고 성장이 뒤쳐지게 되지만 기계로 주면 더 많은 범위에 골고루 나눠줄 수 있어 전체적인 성장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ICT장비를 통해 관측하는 데이터들을 서버에 저장하고 있다. 수집하는 정보는 물 속에서 수온, 용존산소량, 산도(pH), 조류속도와 방향 등이고 해상에서 풍속, 풍향, 강우량, 기압, 온도 등이다.

2017년 어장 구입 후 1년여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관련 데이터들을 모으고 있다. 먹이줄 때 물고기들이 활동하는 것을 수중카메라로 보고 사료양과 투입범위 등을 조정하는 데 이와 관련된 데이터도 수집하고 있다. 이것을 분석, 계량화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다음 단계 목표다.

자동화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이 시스템을 다른 양식장에 보급하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검토 중이다.

조 대표는 "어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올해 양식을 하면서 반영해 볼 생각"이라며 "수온변화 같은 경우 1년 주기로 한 바퀴 돌아야 비교할 수 있으니까 올해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지난해 데이터와 비교하면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두리양식에 뛰어든 첫 해 4000만원 순수익을 올린 그는 지난해 두 배 이상의 순수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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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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