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뇌물 추가인정 … 1심보다 형량 2년 늘어난 17년

재판부 "대통령 고유권한인 특별사면권 공정성 의심받게 해"

1심에 이어 2심 역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의 실 소유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봤다.

1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1심 징역 15년보다 2년 늘어난 것이다. 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벌금액은 1심과 같지만, 추징금은 82억7000만원에서 25억 정도 줄어들었다.
보석 취소로 다시 구속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340억대 횡령과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항소심 재판 초기 당시 조건부 보석으로 석방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재판부는 보석 취소 결정을 하고 법정 구속했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매번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를 부인했다.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전제로 1심 판결이 나오자,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를 강하게 부정하면서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다스 설립에서부터 다스 지분 처분 권한 등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있는 점, 다스 유상증자 자금원이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토지 매각자금인 점, 다스 자금이 상당기간 이 전 대통령의 정치 활동 등에 사용된 점 등이 근거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자금 241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하고 법인카드 5억7000만원을 횡령했다고 본 1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스 실소유 논란 외에도 쟁점이 된 것은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소송비용)에 있다. 애초 검찰은 다스 미국 소송비용 64억원을 삼성이 대납한 것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으나 항소심에서 뇌물액을 115억원으로 늘려 공소장을 변경했다. 1심은 64억원중 62억원을 유죄로 봤고, 항소심은 115억중 89억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이 종료된 후 다스 소송비 추가 영수증을 제보받았고, 이를 검찰에 넘겨줬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뇌물 액수를 늘리는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허락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위법수집증거 등을 이유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삼성 뇌물액이 증가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형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나머지 뇌물 혐의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1심과 맥락을 같이 했지만 일부 수뢰액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관련한 뇌물 19억원 중 2억원 가량만 입증이 됐다고 봤다. 또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제공한 4억원 중 2억원만 인정했다. 1심은 4억원 모두 뇌물로 봤는데, 일부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한 것이다.

손병문 ABC상사 회장·지광스님·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등에게 받은 9억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져버리고 몰래 사인, 공무원, 사기업체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이에 더해 부정한 처사를 했다"며 "외국 로펌을 이용하거나 3자를 통해 뇌물을 받는 등 수법이 은밀해 노출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이어 "2009년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이면에 삼성그룹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부담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특별사면권이 공정하게 행사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게 했다"며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명백한 경우에도 책임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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