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TK 20명 가운데 5명 불출마선언

공관위, TK면접 연기 '결단의 시간' 길어져

공천 희망 15명 중 절반이상 컷오프 관측

미래통합당 텃밭으로 꼽히는 TK(대구·경북)에서 네 번째, 다섯 번째 불출마선언이 나왔다. 미래통합당 김광림(경북 안동) 의원과 최교일(경북 영주예천문경) 의원이다.

김 의원은 20일 "저는 오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미래통합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깨끗한 마음으로 12년 정치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70년 공든 탑이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다"며 "경제 파탄, 안보파괴를 자행하는 운동권 이념 정권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논의하는 김형오와 공관위원들 |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서 이석연 부위원장 등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미래통합당이 TK 물갈이 태풍 속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의원이 20명인 TK에서 불출마선언이 이날까지 5명밖에 나오지 않자 이를 늘리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공관위는 이날 예정됐던 TK면접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진 걸 이유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론 TK의원들에게 결단의 시간을 더 준 셈이 됐다. 현역의원이 26명인 PK(부산·울산·경남)에서는 이미 10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관위는 TK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지 못하면 공천쇄신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보는 분위기다. TK의 경우 △2016년 총선에서 진박 논란의 진원지였고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친박의원들이 있고 △통합당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은 의원들 다수이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패한 지역도 적지않다는 점에서 대대적 물갈이를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TK 의원들을 상대로 사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와 함께 △부적절 언행 사례 △지방선거 공천 논란 등 체크 항목을 손에 쥐고 TK 상당수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 '명예로운 퇴진'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자진 불출마가 5명에 머물자, 공관위도 면접을 거쳐 컷오프의 칼을 휘두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공관위 관계자는 19일 "TK에서 불출마선언이 기대보다는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어떻하겠냐. 일단 그 의사를 존중하고 달래가면서 더 기다려보겠지만, 마지막까지 반응이 없으면 후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그(컷오프)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20일 현재 공관위 안팎에서는 TK 물갈이 수위를 최소 절반이상으로 본다. 공천을 바라는 TK 현역의원 15명 가운데 8∼9명의 이름이 "컷오프 후보군"이라며 떠돌고 있다. 이들이 컷오프되면 불출마한 4명을 포함, 물갈이 폭은 60%선을 넘게된다. "중진급 의원들을 너무 많이 컷오프 시키면 지역 리더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막판 변수로 남는 분위기다. 컷오프 후보군으로 떠오른 일부 의원들은 이날 공관위나 황 대표 주변에 전화를 걸어 막판 구명활동에 나서는 모습도 관찰됐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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