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돈과 사람 모두 부족" … 젊은 연구자 고용불안, 상황 악화시켜

일본 안에서 전후 제조업의 부활을 통해 세계 경제에서 우위를 지켰지만 미래의 혁신경제에서는 뒤처져 있다는 자성이 나온다. 미래 과학기술연구에 돈도 사람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특출한 스타 연구자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 양자기술의 두려움 =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3회에 걸친 기획기사에서 '혁신경쟁·기술경쟁에서 일본이 퇴장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다투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면서 "세계의 테크놀로지 흐름에서 일본이 탈락할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양자기술 혁신전략'이라는 계획을 내놨지만 현 상황은 미국과 중국에 눌려 싸울 태세가 안됐다는 지적이다. 우선 과학기술분야에 쏟아붓는 연구개발비의 수준이 미중에 비해서 3분의 1수준이다. 전미과학재단에 따르면, 민간부문을 포함한 연구개발비 수준은 2017년 현재 미국이 5490억달러, 중국이 4960억달러 수준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1709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일본은 과학기술 연구분야를 이끌고 나갈 사령탑도 부재한 상황이다. 중국이 중앙정부의 지도아래 일사분란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미국의 경우도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같은 조직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과 상반된다.

예컨대 중국은 2016년 쏘아올린 인공위성을 통해 '양자암호'를 실험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를 통해 완벽한 통신기밀을 지킬 수 있는 이른바 '궁극의 방패'를 얻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반젠웨이 박사는 중국에서 '양자의 아버지'로 불리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갖고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의 조사 회사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양자암호와 관련한 연구논문 수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러한 중국의 독주에 미국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미국안정보장연구소는 "양자과학에 있어서 중국의 약진은 군사적, 전략적 균형에 영향을 준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양자기술에서 협력을 도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미국은 2024년까지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계획에 일본이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일본은 여기에 적극 응할 방침이다.

◆2000년 이후 노벨상 19명 배출한 일본, 미래는 어두워 = 일본은 2000년 이후 19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물리학과 화학 등 기초과학이 압도적이다. 그만큼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어느나라에 뒤지지 않는 선진국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의 영예는 수십년 전에 이뤄진 연구의 성과물이다. 최근 20년간 일본의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는 양과 질적 측면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즈카의료과학대학 도요타 나가야스 학장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각국의 인구당 연구논문 편수를 집계한 결과 일본은 세계 39위에 해당한다. 문부과학성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각국의 연구자가 주목하는 상위 10%의 논문 수에서 미국과 영국에 있어 세계 3위의 순위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순위가 크게 낮아져 9위로 떨어졌다. 네덜란드 학술정보기업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관련된 논문과 연구자 수에서 일본은 중국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에 비해서는 4분의 1수준이다.

이러한 이면에는 혁신을 만드는 토양이 시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환경이다. 불안정한 고용환경에서 젊은 박사급 인력들이 연구현장을 떠나거나 연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은 200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타이완 중앙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코야마 쇼오코 박사는 2019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지가 최고의 연구성과로 지목한 '블랙홀' 연구에서 블랙홀의 검은 그림자를 화상에 담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재다. 그는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독일의 명문인 막스프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를 거쳐 타이완으로 갔다. 일본에서는 연구환경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립대학의 운영비 교부금을 줄이면서 연구원들에 대한 처우가 예전같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후 연구를 계속하는 박사급 연구원의 70% 가량은 임기가 3년 미만인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여 있다.

◆"스타 과학자를 양성하자" = 일본 동북부에 있는 야마가타현의 평야지대에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리는 '쓰루오카 사이언스파크'가 있다. 이 곳은 20여년 전 독창적인 기술을 가진 6개의 기업이 500명 안팎에서 출발했다.

게이오대학 첨단생명과학연구소의 도미타 마사루 소장은 생명현상을 컴퓨터로 해석하는 연구의 선구자이다. 그는 2001년 40대 초반의 나이에 아무런 인연이 없는 이 곳에 연구소 책임자로 부임했다. 도미타 소장은 대학 때 이미 인공지능(AI)에 관심을 갖고, 미국 카네기메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음성 자동번역과 관련한 연구성과로 19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표창장도 받았다. 사람의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인간게놈 프로젝트' 팀에도 발탁돼 일했다. 그는 이후 의학박사 학위까지 받아 생명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단백질을 사용해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섬유를 개발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스가와라 쥰 이사는 "대학 1학년에 도미타 박사와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웠다"면서 도미타 소장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와세다 대학의 마키가네 미츠토시 교수는 "스타 과학자 한 사람의 존재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면서 일본에서도 스타 연구자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EC의 니시하라 미토 최고기술책임자는 "연구자는 프로야구선수나 예능인과 같은 존재이다"라면서 스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NEC는 지난해 10월 우수한 실적을 올린 연구자를 대상으로 급여에 상한을 두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고 1차로 9명을 선정하기도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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