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 지고 온라인미디어가 대세

TV시청 줄고, 스마트폰이 필수 매체

TV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지상파 등 거대 기업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유튜버에 시청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어린이 대상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 브이로그'와' 보람튜브 토이리뷰'의 주인공 이보람(7)양은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보람양의 가족회사 보람패밀리가 서울 강남 빌딩을 매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들은 구독자와 동영상 조회수를 기준으로 보람패밀리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월 30억~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0일 현재 보람튜브 브이로그는 2340만명, 보람튜브 토이리뷰는 1400만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지난해 7월보다 구독자가 700만명 정도 증가했다. 채널운영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지난해 7월과 최소 같거나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지상파방송사 가운데 하나인 SBS의 2018년 광고매출은 3590억원이다. 2017년말 기준 SBS 종사자는 983명이다.

유튜브채널과 지상파방송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유튜브채널이 엄청난 경쟁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합작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출범시켰다. OTT는 영상콘텐츠를 지상파나 케이블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다.

웨이브 출범 3년전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심각하게 갈등했다. 지상파가 SK텔레콤의 케이블TV 업체 CJ헬로비전 인수를 막기 위해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불과 3년만에 지상파와 SK텔레콤은 한배를 탔다.

갈등하던 통신사와 방송사가 손을 잡은 것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라는 공통의 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이 변화하면서 서로 협력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 유튜버를 대표하는 이보람양의 보람튜브 브이로그(왼쪽)와 제이플라 뮤직(오른쪽). 이들 유튜버들은 수천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하나의 동영상에 대한 시청수가 최대 3~4억번에 이를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쳐


◆내가 만드는 TV 방송국 =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디어시장은 TV 방송국이 지배했다. 특히 자상파방송사는 실시간 방송채널을 바탕으로 영상콘텐츠 시장을 독점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 방송시간에 맞춰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 때문에 당시 종이신문의 TV편성표는 인기였다. 며칠간의 연휴로 신문이 휴간일 경우에는 이 기간 TV편성표를 오려서 갖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은 영상콘텐츠 시장 변화를 예고했다. 주문형비디오(VOD)가 일상화되면서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볼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성공한 것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기존 TV 방송국이 제공하는 콘텐츠 품질을 뛰어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소비자를 사로 잡았다.

스마트폰 등장은 더욱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송출할 수 있게 됐다. 유튜버로 대표되는 1인방송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유튜브를 비롯해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동영상플랫폼이 생기면서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은 끝났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영상을 송출할 수 있게 됐다.

노가영 조형석 등은 '콘텐츠가 전부다'라는 책에서 "유튜브는 사용자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돈도 벌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심어주면서 플랫폼 내의 콘텐츠는 더욱 풍성해졌고 자연스럽게 사용량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직접 송출하는 채널, 이것이 곧 유튜브가 만들어낸 1인 방송국"이라고 덧붙였다.

◆검색도 유튜브로 한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에 따르면 매체 이용시간 가운데 TV시청량(유료방송 포함)은 하루 평균 2시간 42분(2018년 2시간 47분, 2017년 2시간 48분)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판단하는 비율도 63%를 기록하며 2018년(57.2%)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TV를 필수매체로 판단하는 비율은 2018년 37.3%에서 지난해 32.3%로 줄었다. 특히 10대는 87%가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선택했다. 50대(57.1%)와 60대(33.3%)도 스마트폰을 선택한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나 스마트폰 영향력이 고령층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도 52.0%를 기록하며 2018년 42.7%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TV 보는 시간이 줄어든 대신 OTT 시청이 늘어난 것이다. OTT를 이용하는 사람 가운데 주 1회 이상 보는 비율도 95.5%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유튜브 영향력은 콘텐츠 소비영역뿐만 아니라 검색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렙사인 '나스미디어'가 2019년 3월 공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중 60%가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네이버(92.4%)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유튜브 검색 이용자가 구글(56%)이나 다음(37.6%)을 넘어섰다. 특히 10대에서는 19.6%p(네이버 89.2%, 유튜브 69.6%)로 그 차이가 더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앞으로 유튜브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인터뷰 |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유튜브가 가장 무서운 경쟁자"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고성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