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지음 / 더퀘스트 / 1만8500원

왜 어느 분식집에 가도 떡볶이 가격은 2000~3000원 내외로 결정될까? 패션디자이너인데도 신제품 출시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 까닭은? 어떻게 서너 살 아이도 장난감을 선택할 때 자신에게 무엇이 더 이득인지 알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연 100회 이상의 강의,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듣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경제 강의'로 유명한 저자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일상에 스며든 경제원리와 지식으로 쉽게 설명한다.

누구나 경제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많은 경제학 개념들을 교과서를 통해 배우지 않고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느 정도 경제학 지식은 필수다. 이 책은 인류의 발자취가 담겨 있는 학문 영역, 즉 역사 문학 예술 심리 문화 지리 과학 정치 사회 속에 숨겨진 경제학적 사유 방식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지식을 전달한다.

책을 읽는 독자는 개인 삶이 바뀌는 순간부터 역사의 큰 줄기가 방향을 틀게 되는 결정적 순간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지적 탐험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경제학의 실제적인 쓸모를 느끼고 생각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은 복잡한 수학공식이 가득한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학 지식은 자신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생산과 소비, 저축과 투자를 하며 살아간다. 경제학자가 될 필요까진 없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수이다. 이 책은 망망대해 같은 경제 지식의 세계를 인문학과 결합해 알기 쉬운 서술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위스가 중립국으로 남아있을 수 있던 이유를 당시 기축통화로 사용됐던 스위스프랑에서 찾는다. 또 로마인들이 지중해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시칠리아섬을 조세피난처로 지정해 식민지국가들에 세금 혜택을 제공했던 데서 찾는다. 신대륙에 끌려가 노예가 된 수십만명의 흑인들이 소수 유럽인들에게 저항하지 않았던 까닭이 무엇인지도 소개한다. 그것이 '개인'에게는 더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로마가 자국 포로들을 끝까지 챙기거나 미국이 자국 군인의 유해를 찾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던 것은 국가에 대한 헌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나름의 인센티브 전략이다. 역사적 행위를 경제학의 시선으로 보면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또 뮤직비디오만 틀어주는 음악채널이 등장하게 된 까닭은 경제학적 이유 때문이고, 공연표가 항상 남거나 모자라는 것은 초과공급과 초과수요로 설명할 수 있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미술품을 한 번에 전시하지 않는 이유, 그림 속에 숨은 인간의 과시적 욕망 등 경제학자의 시선을 통해 보면 예술의 변화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 영화관의 팝콘을 통해 입장료의 수익구조를 살펴보고 복식부기의 원리와 증권의 등장, 채권 발행 등도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케이블 방송과 라디오의 생존전략으로 대체재와 보완재를 설명하고 클래식 공연의 비싼 관람권 가격으로 신용재의 특징을 짚어낸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주제 중에 어느 것을 골라 읽어도 경제학과 통섭되는 인문학 주제가 눈앞에 펼쳐진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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