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창 지음 / 동아시아 / 2만2000원

4.15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20일 여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가짜뉴스와 허위비방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세력은 '가짜뉴스'에 매우 민감하다. 반대세력들의 주요 공격루트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로 탄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 대응에 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에도 청와대는 조국사태 등을 해명하면서 일부 보도를 '가짜뉴스'로 지목하거나 비판했고 여당은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최근 SNS 등 다양한 여론형성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가짜뉴스가 더 많아지고 활발해졌다는 일각의 생각부터 교정했다. 사실확인이 어려운 과거에 더 많고 유력한 가짜뉴스가 활동할 수 있었다. 전쟁이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거짓정보를 흘리는 '간계' 사례는 동서고금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 빠져 로마를 배신할 것이라는 옥타비아누스의 가짜뉴스 유포는 경쟁자 제거전략이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전쟁에서 여론을 몰아가기 위해, 에드거 앨런 포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활용했다. 조지프 퓰리처마저 젊은 시절 판매부수를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때 우드로 윌슨 미 대통령은 적색공포 프로파간다(선전)에 들어갔고 조지프 맥카시 상원의원은 '연방정부가 소비에트 정탐꾼들의 벌집이 됐다'며 최전선에 나섰다. KGB 정보조정과는 미국 중앙정보국과 질변관리본부CDC가 연합해 에이즈를 발명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고 1992년 미국 국민의 15%가 이 음모론을 여과없이 신뢰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인쇄술 발명, 라디오 등장 등으로 새로운 형식의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렸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역시 가짜뉴스의 온상이 됐다. 저자 최은창은 2016년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한 가짜뉴스가 그의 당선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음을 강조하면서 "소셜미디어는 확증편향을 강화할 뿐, 가짜뉴스로 관점과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것은 기존 언론"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저자는 가짜뉴스를 강력하게 차단하면 진실에 접근하는 통로마저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 판례에서는 공익보도 중에 섞여 들어간 허위정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 허위정보가 포함된 보도라는 이유만으로 뉴스를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권위주의 국가는 가짜뉴스를 막는다는 명목하에 반대의견을 차단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저자는 공론장을 황폐화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논쟁점을 짚어내는 통찰력을 보여줬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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