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깃든다
조송희/더시드컴퍼니/1만6000원

새로 나온 책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깃든다'는 삶의 무게로 힘들어 하던 저자가 우연히 찾아온 여행의 기회를 접한 뒤 여행생활자로 다시 태어난 10여년의 기억을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49세에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다. 시베리아 한복판에 있는 바이칼의 압도적이고 경이로운 대자연에 감동한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 삶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문화 재단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세상의 이야기를 사각 프레임에 담고 글로 표현해 왔다. 그는 바이칼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했다. 북인도를 유랑하고 산티아고를 걸었다. 몽골과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오지를 여행했고 프라하를 거쳐 눈 덮인 아오모리에서 여행 에필로그를 썼다.

저자는 여행을 하는 동안 자신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내어준다. 바람을 베개삼아 쉬고 태양을 이불삼아 잠을 잔다. 힘이 차오르면 다시 일어나 걷는다. 준비 없이 도전한 안나푸르나 등정에서는 행여 일행에게 누가 될까봐 전전긍긍했고 산티아고 길에서는 낙오되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저자는 삶이 건네는 수많은 질문의 해답을 찾는다.

왜 환자들은 기적에만 매달릴까?
오타케 후미오 외/이원천 옮김/사계절/1만5800원

저자는 책에서 의료현장에서 의료를 행하는 주체들이 고통에 처한 환자에 대해 이해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보다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행동경제학을 적용했다. 19명의 의학, 사회 관련 전문가들이 사례별로 적용할 수 있는 행동경제학 이론들을 소개한다. 의료 관계자뿐 아니라 위기에 직면한 환자 본인이나 가족도 오류에 빠지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 꼭 필요한 책이다.

내 안의 차별주의자
라우라 비스뵈크/장혜경 옮김/심플라이프/1만6000원

저자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지며 자신과 사회를 성찰하게 한다. 8부로 구성된 책은 육체노동자와 정신노동자 간 분열의 근본원인을 살펴보고 사회적 시선에서 지속되는 남녀 불평등을 분석한다. 또 소속과 신분에 따른 적대감의 정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폭력 이면의 부조리, 윤리적 소비가 신분인식이 된 지금의 현실, 디지털 자아의 문제점, 정치적 성향에 따른 유권자의 태도 등을 살핀다. 특히 책은 우리가 가진 신념 철학 행동이 사회적 구조와 맞물려 차별로 변질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나와 다르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안세홍/글항아리/1만9000원

이 책은 저자가 25년간 만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5개국 일본군 아시아 성노예 피해 여성 21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국 중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티모르 등으로 확대했다. 2차 세계대전이 후반으로 치닫자 일본군은 최전선인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현지 여성들을 강제 동원했다. 피해자들은 어린 나이에 길을 걷다가, 부모가 일 나간 사이에 혼자 있다가, 부모와 함께 집에 있던 중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갔다. 성노예 뿐만 아니라 땅굴을 파고 밥을 짓고 광대 노릇까지 해야했다. 피해자들은 일본정부에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뷰를 한 21명 가운데 8명은 세상을 떠나고 13명만이 남아 있다.

젠더
이반 일리치/허택 옮김/사월의책/1만7000원

1983년 출간 직후부터 숱한 오해와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오늘날의 성차별 문화가 근현대 자본주의 사회에만 있는 기이한 현상임을 밝혀낸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려는 요지는 책의 첫 머리 문장으로 요약된다. "산업사회는 두 가지 신화를 창조했다. 하나는 이 사회가 성적인 계보에서 나왔다는 신화이고, 다른 하나는 평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신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