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감각 깨우고 영감 주고받는 관계맺기 … 다양한 사람들 참여해 지식·경험 공유

공공도서관은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이용하는 곳입니다. 누구나 독서나 문화생활을 주제로 모여 대화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도서관 공간은 이에 맞춰 다양한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내일신문은 '도서관, 공간에서 미래를 찾다' 기획에서 공간 혁신을 바탕으로 미래를 연 도서관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21일 오전에 방문한 느티나무도서관 3층에서는 메이커스페이스인 동네부엌과 동네공방이 이용자들을 반겼다. 점심 식사를 할 때가 되자 한 이용자는 동네부엌에서 전기밥솥에 쌀을 씻어 안쳤다. 동네공방에서는 이용자들이 나무를 깎고 조각해 작품을 만드는 우드카빙에 몰입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메이커스페이스 동네공방에서 우드카빙에 몰두하는 이용자들. 사진 오른쪽에 다양한 공구들이 보인다. 사진 이의종


메이커스페이스 앞 자료실에서는 '공유'와 '메이커'를 주제로 한 컬렉션들이 빼곡했다. '상상하고 만들고 해결하고' '장인' 등의 책을 갖춘 '우리는 모두 메이커다' 컬렉션, 요리책들을 모아 놓은 '지지고 볶고' 컬렉션, '오늘도 핸드메이드' 등 DIY와 관련된 책들을 모아 놓은 '사부작 사부작' 컬렉션 등이다. 서가 사이에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술 도구들이 모여져 있는 '재료 바'가 마련돼 있었다. 한쪽에는 보드게임들도 눈에 띄었다.

서가 앞에 놓인 책상에서는 3~4명의 이용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다른 책상에서는 이용자들의 자녀들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재료 바를 오가며 스케치북에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또 다른 책상에서는 자원활동가들이 신문 10여종을 한아름 들고 와 1장씩 읽으며 스크랩을 해 나갔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메이커스페이스 동네부엌. 사진 이의종


◆함께 요리하고 생각나누기 = 지난해 하반기 느티나무도서관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메이커스페이스를 조성했다. 동네부엌은 말 그대로 이용자들이 함께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부엌이다. 조리도구와 식기, 음료, 차, 커피 등과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긴 식탁이 마련돼 있다. 도서관이 음료 등을 마련해 두기도 했지만 이용자들이 함께 먹을 수 있게 두고 가는 먹을거리들도 많다. 이날도 한 이용자가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사 온 먹을거리가 눈에 띄었다. 그는 친절하게 조리법을 손글씨로 남겨 놓았다.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비건 베이킹 프로그램, 잼·쿠키 만들기 프로그램 등이 열렸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제안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용자들은 사서들의 도움을 받아 해당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이용자들을 모집해 프로그램을 연다.

동네부엌과 연결되는 텃밭연습장. 사진 이의종


이곳은 기존에 조성돼 있던 텃밭연습장과 연결돼 있다. 동네부엌을 조성한 이후 텃밭연습장으로 문을 내고 폴딩도어를 설치해 편리하게 텃밭연습장을 오갈 수 있도록 했다. 텃밭의 수확물들을 동네부엌에서 바로 요리해 나눌 수 있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은 "텃밭연습장에서 이용자들은 허브 배추 등을 기르며 농업을 체험하고 함께 영상과 책을 보며 흙 씨앗 도시농업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면서 "문을 설치해 동네부엌과 연결한 이후, 텃밭연습장은 주민들에게 더 활짝 열린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건 프로그램이 열렸을 때 관련 책들을 낭독하면서 비건의 역사 등을 함께 공부하고 서로의 생각들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이용자, 자유롭게 프로그램 제안 = 동네공방에는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점자 출력 PC와 함께 다양한 공구들이 마련돼 었있다. 도서관이 마련한 공구들도 있지만 이용자들이 집이나 회사에서 쓰지 않는 공구들을 두고 간 것도 꽤 된다.

동네공방 역시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프로그램을 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동네공방 유리벽에는 '1인 출판 궁금해요' '손으로 만화 그리는 모임 동아리 회원 모집' '여기 붙어라: 유튜버 되고 싶어요' '레이저 커터 이용 교육 신청하세요' 등의 제안서들이 붙어 있었다. 함께 하고 싶은 이용자들은 이 제안서들에 이름을 적거나 사서에게 참여 의사를 밝힌다.

사서들은 처음 동네공방을 마련한 이후 이용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미니카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열어 이용자,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서 동네공방의 문턱을 낮췄다. 지금은 동네공방과 자료실에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을 정도로 많은 이용자들이 활용하는 공간이 됐다.

공유와 메이커와 관련된 컬렉션과 미술 도구가 마련된 재료 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재료 바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여러 모임들, 역동적으로 연결" = 느티나무도서관은 19일로 20주년이 됐다. 박 관장은 변화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더 나은 삶'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메이커스페이스를 떠올렸다. 시민들은 메이커스페이스를 이용하며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진화할 수 있다. 이는 삶에 주체적 태도와 자신감을 주며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는 "완성된 상태의 지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탐색하는 과정, 즉 '지식의 동사(動詞)화'가 중요해지며 이 과정을 북돋우는 역할을 도서관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텃밭에 작은 컴퓨터로 불리는 아두이노 등을 이용해 스프링클러를 만든다고 하면 관련 지식이나 재료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서 "만약 이 과정에 아파트 주민들이 참여하면 각 아파트에서도 이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메이커스페이스를 통해 도서관은 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박 관장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사회적 경제가 중시되면서 협동조합 등의 모임들이 많아졌는데 그런 모임들이 메이커스페이스를 기반으로 역동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공간에서 미래를 찾다"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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