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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독일의 '아우스빌둥' 한국 훈련현장을 가다 | ① 인터뷰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아우스빌둥, 계층간 이동성 높여"

한국, 대졸자도 취업 못하는 사회 … 악순환 끊으려면 고졸로 사회생활 가능해야

등록 : 2020-02-24 12:48:00

내일신문은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위원장 정미경)와 함께 다섯 차례에 걸쳐 한국에 도입된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소개한다.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한국의 아우스빌둥과 일학습병행제 현황 △두나라의 법적·제도적 차이 △한국 아우스빌둥 훈련프로그램 △학습노동자 직업자격 취득방식 등을 통해 시사점을 도출한다. 아우스빌둥은 이원적 시스템을 지닌 독일 기술인력 교육을 의미한다. 아우스빌둥은 직업학교에서의 이론교육과 기업현장에서의 실습교육으로 이루어졌다.
한독경상학회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에서 공부하고 국내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조직한 경제·경영학분야 학회다. <편집자 주>

"서울 영등포 노량진에는 고시학원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약 10만명이 교사·공무원 임용시험 등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1년에 5000명 정도가 시험에 합격합니다. 나머지 9만5000명은 패배자가 됩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한해 100명이 넘게 자살을 한다고 합니다. 젊은이가 꿈을 갖지 못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김효준 회장의 말이다. 이러한 문제를 아우스빌둥제도를 통해 풀겠다는 김 회장을 4일 서울 중구 BMW Korea에서 만났다.


■독일 아우스빌둥제도의 한국 도입을 주도했는데.

한국에서는 대부분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을 졸업해야 취업에 유리하고 연봉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진학률이 2008년 83%까지 치솟았다가 2018년에는 69%까지 내려왔다. 그 사이 한국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하는 사회가 됐다. 그러니 결혼을 미루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출산을 미룬다. 출산율은 가임인구 1명당 0.88명까지 떨어졌다. 충격적이다. 누군가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OECD국가 평균 대학진학률은 43%이고 독일은 전통적으로 30%대를 유지한다. 한국 학생 대부분이 대학에 가려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만으로 자기 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만한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걸 풀어야 한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전후 경제개발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독일은 아우스빌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독일에서는 학생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부터 직업을 선택한다. 직업이 정해지면 고등학교에서 아우스빌둥을 통해 기능을 키운다. 아우스빌둥 직군은 2019년 기준 326개다. 아우스빌둥을 마치면 목수든 배관공이든 관리자든 저마다 전문성을 갖고 생활을 영위한다. 이를 통해 사회가 평등해진다. 다양한 직군과 직능에서 각자 역할을 다하면서 서로 존중하며 잘 매치돼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누구나 공무원이 되고자 하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려고 한다면 사회가 균형감 있게 발전할 수 없다. 아우스빌둥은 이런 사회적 조화와 균형을 만드는 제도다. 그래서 아우스빌둥제도를 한국에 도입했다.

■한국에도 직업훈련제도가 있다.

두 제도는 다르다. 아우스빌둥은 기능을 가르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기업은 오랫동안 같이 일할 것을 전제로 직원으로 채용해 키운다. 그래서 1년에 8개월 회사에 근무하고 4개월 학교에 다니지만 학비를 회사가 부담한다. 직업훈련을 통해 그 사람이 당당한 사회 일원이 되도록 직무도 주고 공부도 할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아우스빌둥은 100% 기업이 추진한다. 기업이 '우리 직원은 우리식으로 키우겠다'고 투자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훈련을 마친 학생들 가운데 78~87%가 훈련받은 회사에 남는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우스빌둥을 통해 전수된다. 나는 아우스빌둥이라는 용어를 고집한다. 한국에서는 직업훈련에 대해 '가난한 학생들 데려다가 기능 좀 가르쳐 주고 적당히 일시키고 그런 것 아닌가'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독일은 그렇지 않다. 슈뢰더 독일총리도 인쇄소에서 아우스빌둥을 한 트레이니(학습노동자) 출신이다.

■한국의 일학습병행제도가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현재 한국은 일학습병행제를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에 기초해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 직업훈련은 정부주도형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NCS에 맞춰 사람을 뽑으면 인건비와 교육훈련비를 9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일학습병행제를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많은 감독인력을 투입한다. 제도 효과는 낮고 관리 비용은 많이 들어간다. 국가 개입을 줄이고 지원금도 줄여야 한다.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최근 중견기업연합회도 이런 이유를 들어 정부주도 일학습병행제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아우스빌둥 도입 비용 때문에 기업이 주저하지 않나.

대졸자를 채용해서 제 기능을 다하는 인력으로 키우는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인건비만도 4000여만원이 지출된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직원 중에 약 30%가 적성문제로 퇴사 한다. 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아우스빌둥 제도는 고3학생을 채용해서 최저임금을 주고 기술자로 양성한다. 교육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입사한 첫날부터 제 역할을 한다. 비용 측면에서도 기업이 손해가 아니다.

■아우스빌둥 도입에 앞장서면서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우스빌둥은 먼저 계층간 이동성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가난한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선진국이 강한 이유가 바로 그런 거다. 두 번째는 다양한 직군에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나는 40년간 외국기업에 근무하면서 선진국이 우리와 다른 것이 뭔가 눈여겨봤다. 그것은 사회적 철학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철학이나 가치가 일상생활에 상식처럼 적용될 수 있는 사회가 선진사회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를 끌고 나가는 데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 하나는 정치이고 하나는 교육이다. 교육은 일반적 상식적 보편적 가치를 만들고 가르치는 것이다. 정치는 이러한 보편화된 가치를 분배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두 가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은 교육을 통해 사회에 보편적 가치가 통용되는데 기여할 것이다.

■아우스빌둥제도에 대한 전망은.

아우스빌둥은 전세계 45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를 만나 처음 나눈 대화가 아우스빌둥을 미국에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현재 아우스빌둥을 받은 자동차 정비인력은 전세계적으로 부족하다. 아우스빌둥을 마치면 독일 연방상공회의소가 직업자격증을 준다. 이 자격증으로 전세계에 취업이 가능하다.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정부 도움 없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한국정부는 일학습병행제를 90%까지 지원한다. 아우스빌둥에 참여하는 기업은 학습근로자의 훈련에 필요한 비용을 자체 감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우스빌둥제도의 사회적 성과에 공감하고 그 제도를 빨리 확산하기 위해 정부가 일학습병행제에 지원하는 지원금의 1/3 정도만 지원한다면 더 많은 인원을 뽑아서 가르칠 수 있다. 독일항공사 루프트한자의 항공운송기술자, 바스프(BASF)나 지멘스의 전기화학 기술자를 한국에서 양성할 수 있게 된다. 또 현재 연 130명, 누적 350명을 양성하는데 2025년에 2500명까지 길러내게 된다.

삼성 현대 SK와 같은 한국의 대기업이 아우스빌둥에 참여하게 되면 대학학력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의존성이 줄어들 것이다. 청년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한국의 기술인력이 세계에 진출하게 될 것이다.
 

정미경 박사는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 위원장이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한국 훈련현장을 가다" 연재기사]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장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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