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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타다금지법’을 금지하라

등록 : 2020-02-27 12:15:10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최근 법원의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타다’는 사형선고를 앞두고 있다. “죄는 없어도 우리 사회에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국회의 결론이다.

지난해 12월, 소위 타다금지법이라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소관 상임위(국토교통위)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무소속 김경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3가지 법안이 합쳐진 형태다. 이변이 없는 이상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를 거쳐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타다 영업이 합법이었든 불법이었든 상관없다.

이제 한국에서 ‘우버’ 못나와

기존의 법원과 검찰의 논의는 ‘타다’가 렌터카인지 콜택시인지 여부에 집중돼왔다. ‘타다’가 렌터카를 빌려주는 것이라면 법상 큰 문제는 없다. 렌터카를 빌려주는 것은 합법이고, 11인승~15인승 승합렌터카에 대한 운전기사를 알선해주는 것도 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타다를 ‘렌터카’가 아닌 ‘콜택시’로 보면 현행법 위반이 분명해진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아무런 면허없이 콜택시 영업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렌터카를 이용해서 택시영업을 하는 것도 불법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타다를 ‘콜택시’로 보고 재판에 넘겼고, 법원은 타다를 ‘렌터카’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타다금지법은 이 같은 논의를 무색하게 만들 전망이다. 현행법은 목적이나 시간 장소와 관계없이 11인승~15인승 승합렌터카에 대한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 하지만 타다금지법은 관광을 목적으로 11인승~15인승 승합렌터카를 빌릴 때에만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것도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나 반납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한정한다. 출퇴근 목적으로 도심에서 타다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타다를 렌터카로 보더라도, 현재와 같은 영업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당장 사업을 전면 보류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

타다금지법은 후발주자 참여도 제한한다. 앞으로 타다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국토교통부장관 허가를 받아야 함은 물론, 기여금(여객자동차운송시장안정 기여금)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내야 한다. 기여금은 택시 감차,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여건 개선에 사용된다.

목적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허가제나 기여금제도는 대기업 등이 아닌 이상 승차공유 시장참여를 어렵게 한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창의적 인재를 가지고 있더라도 자본력과 대관능력 없이는 사업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제 한국에서는 우버 그랩과 같은 회사는 나오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생마사(牛生馬死). 큰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말은 죽는다. 만화 대여점, 동네책방과 서점, 비디오 대여점 등이 있어야 할 자리에 넷플릭스 올레TV 유투브 웹툰이 자리하고 있다. 시대와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따라 삶의 형태와 각종 사업들도 점차 변하게 된다.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법안 마련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발전해나갈 것인지,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있었는가.

물줄기는 거슬러 올라갈 수 없어

규제완화와 혁신성장. 문구는 좋다. 그러나 실제 우리 사회가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상당히 적대적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있으면 없던 규제도 생겨난다. 총론은 규제 완화지만 각론에서 규제 강화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타다금지법을 금지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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