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안팎에서는 비례위성정당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명분과 실리 싸움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양당의 비례의석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미래통합당(한국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을 만들었다.

공직선거법을 힘 모아 통과시킨 진보진영의 '4+1'협의체에서는 이미 예견했던 일이었다.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방안 등을 문의했으나 '불가'라는 답만 받았다. 비례의석 47개 중 연동형비례대표제 적용대상을 '30석'에서 '20석'으로 낮추려던 시도는 진보진영의 반발에 무산됐다.

선거를 50일도 채 남겨놓고 있지 않다. 여당은 조국사태-울산하명수사-코로나21 등으로 연일 점수를 잃고 있다. 유권자의 마음을 긁어내리는 설화가 이어졌다. 만나서 부대끼고 침 튀기며 대화하는 일상이 사라지고 모두 '방콕'(방에서 콕 박혀있는 것) 중이다. 불안과 불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깊은 불안감은 분열로 치닫고 책임론 등 논쟁을 유발한다. 시각은 좁아지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일쑤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대통령 탄핵'과 '응원'으로 갈린 게 현주소다.

집권 여당도 불안하다. 득점할 기회는 보이지 않고 매일까지 헛발질에 감점딱지만 쌓이고 있다. 21대 총선 성적표가 아른거린다. '과반' 호언장담은 사라지고 '원내 1당'도 가물가물하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고 민심이 흉흉하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불안은 불안을 낳고 결국 여우가 제 꼬리를 잡으려 빙빙 돌다가 쓰러지듯 제풀에 넘어지게 만든다.

친문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손혜원 의원, 비문인 민병두 의원과 송영길 의원이 '불안감'을 없애는 방법으로 '비례위성정당'을 들고 나섰다. 장경태 청년위원장, 고한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가세했다. 전쟁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논리다. 여당 중진의원인 원혜영 의원과 정성호 의원은 '송양지인'이라는 4자 성어를 내놨다. "전쟁에서 아무 의미 없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불필요한 인정이나 동정을 베푼 송 양공을 비웃는 말"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 제 1당이 된다는 것은 합리적 추정이다.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제 1당을 잃게 된다는 것은 다소 불안감이 가중된 예상이다.

'가능성'을 염두에 둔 비례정당 창당으로 잃게될 것들은 무엇일까. 가장 큰 건 '신의'와 '원칙'의 붕괴다. 비례위성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을 비난하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제 발로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은 '미래통합당보다 더 나쁜 정당'으로 추락하는 꼴이다. 국회의원 탈당과 비례정당으로의 재입당, 비례대표 선출과 기호 선정 등 각 과정마다 비아냥을 뒤집어써야 한다. 스스로 주도해 만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스스로 무력화하는 자기부정도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내로남불'의 역사를 다시 쓰는 것보다 더 실리적인 문제는 '진보연합의 붕괴'다.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면 미래한국당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정의당과 민생당의 의석수를 가져오게 된다. 이들이 민주당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반대하는 실리적인 이유다. 진보진영의 실리를 빼앗아 민주당의 실리를 채우는 모양새는 진보진영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정부의 개혁과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진보진영의 연대가 불가피하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협치 역시 진보진영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원내 1당'을 얻기 위해 진보연대를 버릴 것인가. 저울로 재 봐도 결론은 뻔하다. 지도부의 명확하고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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