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조업체 하소연

정부 마스크 공급 혼선

"부직포(마스크 제조원단)는 주지도 않고 생산량 절반은 내놓으라고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남권에 있는 한 마스크 제조현장을 찾았다. 밤 8시가 넘었지만 공장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이 업체 대표는 "정부 정책이 현장을 잘 몰라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에는 26일부터 식약처 직원 두 명이 상주하며 생산량을 체크하고 있었다. 식약처는 전국 140여 곳에서 생산되는 하루 1000만장 가량의 마스크 절반을 무조건 공적판매처에 납품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다.

문제는 제조원단 부족현상.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는 '필터'가 핵심소재인데 흔히 부직포로 불린다. 고급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국내외 생산업체가 많지 않다.

마스크 제조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CJ 등 대기업은 한일합섬 등 국내 부직포 생산업체로부터 직접 공급을 받지만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부직포를 수입해 쓰고 있다. 최근 중국당국이 부직포 수출에 제동을 걸어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업체 대표는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지만 스탁(stock·재고품) 등 중국 부직포가 수입돼 유통되고 있는데 유통상들이 대금으로 마스크 완제품을 원해 공급계약이 돼 있다"며 "정부가 먼저 생산량의 절반을 가져가면 기존 계약을 지킬 수 없어 결과적으로 부직포를 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 추세라면 일주일 안에 부직포가 동이 나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런 사정을 식약처 직원에게 말하고 전체 생산량 중에서 기존 계약을 제외한 생산량의 절반을 공적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줄 지는 미지수다. 자칫 식약처에서 이를 꼬투리 삼아 단속에 나선다면 업체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공적판매처에 유한킴벌리, 메디탑 등 마스크 브랜드 업체들이 포함된 것도 불만이다. 엄격히 따지면 이들 업체는 경쟁업체다. 힘들게 생산해 대기업 경쟁업체에 납품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최대한 정부정책에 협조하겠다"면서 "정부도 생산현장, 특히 중소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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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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