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당국자 인용 보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등에 대한 입국제한이 아직 적기가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입국제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한국의 코로나19 발병 건수가 계속 늘어난다면 한국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승인할 것 같다고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미국정부가 지난달 31일 외국 국적자가 직전 2주 이내에 중국을 다녀왔을 경우 미국 입국을 거부한 조치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코로나19 대응 총괄 맡은 펜스 부통령 | 마이크 펜스(오른쪽) 미국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보건복지부(HHS) 청사에서 앨릭스 에이자(왼쪽) HHS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기존에 TF를 이끌어온 에이자 장관 대신 펜스 부통령을 TF 총괄책임자로 지명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등으로 가거나 그곳에서 오는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적절한 때에 우리는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WP는 해당 조치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하는 모든 외국인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에 머문 외국인도 해당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미국 시민권자의 경우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허용되지만 일정한 기간 격리하는 것을 요건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처를 할 때도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에서 귀국하는 미국 시민권자에 대해 별도시설에서 14일간 의무적으로 격리했던 것과 같은 방침이다.

이 같은 미국내 기류는 한국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감염 사례가 많고 주한미군 병사와 가족 1명까지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이는 등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미국은 한국에 대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등급(경고)으로 올렸고, 국무부 여행경보도 3단계(여행 재고)로 높인 상태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4년 에볼라 위기 때에도 아프리카에서 오는 비행편을 금지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면서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가 대규모로 발병한 다른 나라에도 여행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보건당국은 한국을 다녀온 호흡기 질환자에 대해 코로나19와 관련한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미 CDC는 이날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호흡기 질환 증상을 보이면서 최근 14일 내에 한국이나 중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을 다녀온 사람에 대해 코로나19 검진을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감염 경로가 불명인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데 따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WP는 이 같은 미국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 외교부가 설득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일례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한국 시간 27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통화하고 양국 간 교류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조치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현재 한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와 관련해 우려의 뜻을 표시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한국은 미국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협력과 고도의 예방 조치를 약속하며 제한에 반대하는 로비 작업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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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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